금리 내려갔다는 소식에 은행에 대출갈아타기 알아보니 다행히 가능하댄다.
아무렴, 아껴야 잘 살죠.
은행에서 준비하라는 서류들은 늘 왜 그렇게 많을까.
10가지나 되는 필요 서류들 준비하고, 방문 미팅 날짜 정하려는데 당연히 있어야 할 인감 도장이 안보인다.
하... 어렴풋하게 떠오른다.
작년 늦여름쯤 마지막으로 사용한 후에 '이렇게 아무데나 두지 말고, 어디 잘두자' 다짐하던 나의 모습.
(가끔 방문 청소 서비스를 이용하는터라 빈 집을 타인에게 맡기는 상황이 맘에 늘 걸렸거든)
'잘 두자... 잘 두자... 잘 두자...' 그래 참 잘 뒀구나. 나조차도 알 수없게.
새로 파야지하고 인터넷 검색하고 있는데 종로에 명장님이 손으로 도장 새겨주는 데가 있다고 옆 동료가 알려준다.
컴퓨터로 새기는 것 보다 의미가 있겠다 싶고 나이도 좀 됬으니 이 참에 제대로 된 인감도 하나 가지면 좋겠다 싶었다.
결론을 얘기하자면
기대하지도 않았던 새로운 경험이었고 완전 만족스럽다.
손으로 새겨 위조할 수 없는 단 한개의 도장이라는 실용적인 부분은 차치하고, 말로 하기 좀 어려운데
70년간 도장을 파셨다는 장인의 손길이 닿았다는 경외감이 든다. 하나의 조각 작품을 받은 기분
빽빽히 도장으로 가득한 자그마한 공간에서 고작 몇 Cm 지름의 동그라미 속에
한컷 웅크린 채 수없이 많은 이름을, 수없이 많은 나날동안 매일같이 도장을 파는 상상을 해본다.
'나는 도장을 파는게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이름으로 조각하는 사람이다.' 라는 마음이셨을까
70년의 시간에 존경심이 절로 든다.
고작 20년 좀 넘게 일한 주제에 밥벌이의 지겨움을 운운하던 나의 호강에 겨운 엄살이 쏙 들어간다.
완성된 인감을 기분좋은 이름 풀이와 함께 선물처럼받았다.
"이름이 아주 좋습니다. 어용득수, 온량친화, 귀인득조, 의외득재..."
생각지도 않은 1월의 크리스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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