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시작은 현대 i40 웨건이었다.
2013년의 계획 중 하나는 타던 NF트랜스폼을 엄마께 드리고, 캠핑용 짐을 휘릭 휘릭 싣을 수 있는 차로 바꾸는 것.
조건은 세단이 아닐 것 + 소나타보다 연비가 좋을 것 + 트렁크가 클 것 + 2,000cc 미만일 것 + 후륜이 아닐 것 + 이왕이면 이쁠 것
1월에 바꿔야지, 하고 맘 먹은지라 슬슬 이렇게 저렇게 찾아보는데.. 우아 이게 쉬운 게 아니다.
이게 맞으면 이게 아쉽고, 하나가 맞으면 하나가 없고... 실속과 품질과 이쁨을 찾는 지난한 과정.
좋아하는 스탈은 세단과 해치백인데 캠핑을 고려해서 세단은 피하기로 결정.
캠핑을 목적으로 한다면 SUV도 좋은 선택이긴한데 그래도 주로 출퇴근용으로 쓸테니 SUV는 좀 거하다 싶어 패스.
자연스럽게 해치백류나 MPV(다목적자동차) 위주로 서칭. 아직 출시 되지도 않은 볼보V40, 르노의 캡쳐 등등 많은 비교를 거쳐 1차로 좁혀진 차는 현대 i40 웨건.
트렁크 용량이 무려 560리터다. 현대 시승센터에 예약하고 30분 좀 넘게 몰아 봤다.(완전 친절해서 놀랐음)
디젤 1.7 모델. 스티어링 휠 열선 내장에, 파노라마썬루프, 무릎 에어백도 달리고 (에어백 총7개), 스탑&고 등 옵션 정말 빵빵. 연비도 15.1로 나름 괜찮고, 차도 쭉쭉 잘 나간다. 기존 소나타와는 전혀 다른 감각의 주행 느낌을 주는 차다. 문제는 직접 몰아 보니 예상했던 것 보다 뒤로 지나치게 길게 느껴진다는 것. 거의 혼자 몰고 다닐 차량이라서 더욱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다. 결혼해서 애기가 있는 가정이라면 패밀리카로 충분할 것 같은 차다. 여러모로 이 차로 기울었던건데 아쉽지만 탈락. 아마 한 10Cm만 짧았으면 샀을꺼다. 근데 이 차 의외로 가격이 좀 나간다. (3천이 훌쩍 넘는다)
그래서 엥 이 가격이면?? 하게 된거다.
비슷한 가격대에 있는 수입차를 좀 찾아보니 미니컨트리맨, 제타, 골프, 티구안 등이 가시권에 있다. (이때도 B200은 몰랐음)
디자인이 가장 맘에 들었던 미니 컨트리맨은 직접 보니 트렁크가 생각보다 작아서 아쉽지만 패스.
그다음 방문은 폭스바겐 매장.
젤 먼저 골프 2.0 TDI 시승. 오~ 골프를 왜들 그렇게 많이 타는지 알겠더라는. 치고 달리는 그 경쾌한 느낌. 물렁한 소나타로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운전의 재미였다. 그렇치만 역시나 트렁크가 작아서 탈락. (넘 흔하기도 하고)
그 다음은 트렁크 용량이 510리터나 된다는 제타!! 오~ 연비도 22Km로 대박이다.
트렁크를 보니 과연 완전 넓다. 그치만 높이는 낮고 깊이만 깊어 짐을 넣었다 뺐다하기엔 아무래도 2% 부족한 느낌.
그리고 무엇보다 디자인이 100% 맘에 안찬다.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데 너무 담백하다고나 할까.
가격대, 연비 좋아서 실용적이긴 한데, 세단은 굳이 바꿀 이유도 없으니 맘을 접는다.
폭스바겐의 세단으로는 CC가 젤 이쁘다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보니 파사트도 꽤 멋지더만. (제타와는 700 정도 차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른 폭스바겐 매장에 들러 티구안 시승. 오 이거! SUV의 편견을 깬다. 차가 경쾌하고 운전할 맛난다.
그렇지, 캠핑엔 역시 SUV인걸까? 살짝 맘이 옴쭉거렸으나 역시나 뭔가 성에 안찬다.
아무리 캠핑 목적으로 바꾼다고 해도 거의 대부분 도심 출퇴근용으로 쓰일 찬데, SUV를 맨날 몰고 다니기에는 과하다. 크고, 부담스럽다는 맘 때문. 작년 가을, 미국 서부 여행할 때처럼 배경이 아주 광활하고 밀도가 널널한 곳이라면 몰라도 말이지. (그때 1주일간 Ford Escape를 몰았는데 아주 어울리고 좋았었다.)
아으.. 그렇게 결정을 못하고 몇 날 며칠을 중고차 검색, 신차 검색, 검색에 검색.... 하다 보니 (푸조3008, i40살룬, 카렌스2013, BMX X1 등등까지...) 에이 까짓거 그냥 타던거 계속 타고 그냥 중고 투싼이나 스포티지 같은 걸 사서 2대 가지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나는 예전 각진 형태의 투싼과 스포티지 디자인이 좋다.)
그러다가 발견! 마이B가 2012년에 완전 새롭게 변신 B클래스가 되었다는 걸.
설 지나고 벤츠 전시장가서 시승해보니, 예전의 어정쩡 뚱뚱보 마이비는 어디가고 한결 날렵하고 경쾌해졌다.
게다가 내장은 왜 이렇게 이쁜거니. 잘 달리고, 연비도 15.7로 나쁘지 않고, 트렁크 넓고 (뒷 시트도 접힌다), 안전하고, 디자인 맘에 들고, 실내 공간 넓기까지... 이번에 내가 바꾸려고 했던 모든 목적에 부합 되는거다. 단! 원래 생각했던 예산보다 비싸다는 것만 빼고.. --; 그래서 좀 고민했다.
타려는 실용적인 목적에 비해 (솔직히 말이 벤츠지, 목적이야 레조 혹은 라비타지 뭐.. ^^) 삼각별이 주는 압박이 살짝 부담스러워서 고민 좀 했지만 결국 최종 결정!!
그렇게 해서 지난주 화요일 차를 받았다.
▲ B200의 뒷태. 오른쪽은 산타페. 앞에서 볼 땐 몰랐는데 뒤에서 보니 사이즈 차이가 꽤 커보임.
이제 일주일이 되었고, 주행거리는 100Km가 살짝 넘었다.
생각보다 조용하고, 듀얼클러치라 휘리리릭... 언제 변속 되는건지도 모르게 쭉쭉쭉쭉.. 그냥 막 휘리릭.. 나가는 주행능력은 아주 상쾌하다. 반면 가다 서다 반복 되는 막히는 도로, 저단에서 엔진브레이크 걸리는 느낌은 살짝 낯설다. 관성에 의해 슬슬슬슬... 움직이던 소나타가 그리워지는 부분. (update. 1년 타보니 이편이 훨씬 안전하고 편하다)
세단이 아닌 스탈은 첨이라 뒤로 후진할 때도 살짝 어색해서 <나의 팔 두르고 고개 돌려 멋지게 후진하기> 신공을 맘껏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차차 나아지겠지.
삼각별의 위용을 얘기 하기에는 소박하겠지만, 내게는 이만하면 충분하다. 만족스럽다.
얼릉 봄이 왔으면 좋겠다. 트렁크에 짐들 싣고 캠핑 떠나야지.
▲ 1999년 내 소유의 첫 차 - 누비라2 파워노믹스. 10년을 몰았다. 지금도 길거리에서 가끔 이 모델 만나면 반갑다. ^^
오른쪽은 2008년 구입한 NF트랜스폼. 나는 아직도 이 디자인이 맘에 든다. 요즘의 YF보다 훨씬 멋지다. 누비라 만큼은 못 다녔지만 캠핑도 다니고 여기 저기 즐거운 추억이 많다. 이제는 엄마에게 갔으니 안전하게 모시도록.
ps1. 시승기랄까 리뷰랄까, 몇가지 정보들은 따로 좀 올려보겠음.
ps2. 새차를 구매할 사람들이라면 차량의 제원과 가격뿐 아니라, 운행 비용까지 따져가면서 비교해 볼 수 있는 사이트 추천 - http://www.cartok.com/guidebook/
ps3. 그러고보니 마이비를 처음 본 건 2008년 독일에서였다. 택시로 탔었는데 첨 보는 모양에 크기도 작아서 '어라? 뭐 이런차가 벤츠야?' 했다. 4명의 트렁크가 다 들어 가고 5명이 꽉 차게 앉았는데도 고속도로에서 쭉쭉 잘 달려 인상적이었는데 이렇게 만나니 더 반갑구만. (http://www.naebido.com/665 여기 서 있는 택시들 사진, 뒤에서 두번째가 마이비)
▲ 독일택시의 위엄. ㅎㅎ (저게 다 택시. 죄다 벤츠임. 화살표가 당시 MY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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