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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별일없이산다

약 20년만이다. 지독한 감기

아, 내 평생 이런 감기.
1996년인가 95년인가, 펄펄 끓는 체온으로 까루룩해지기까지 해서 그 밤 결국 춘천에 있는 엄마까지 오게 만들었던,15년도 더 된 그 날의 감기 이후 아마도 처음이지 싶다. 
감기로 온 몸이 쑤시고 아플 수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어쩌면 내 평생 처음의, 강도 최고 감기가 아닐까 싶다.

지난 수요일 저녁 목이 칼칼한 것으로 시작된 감기는 바로 다음날부터 극심한 근육통과 찢어질듯 아픈 목, 기침에 기관지염, 정신을 못 차리겠는 두통으로 꼬박 1주일을 사람을 아주 들었다 놨다. 주사와 약도 무색하게 주말을 지나고도 크게 나아지지 않아 급기야 월요일 회사도 하루 결근. 어제 겨우 겨우 출근해서 헤롱거리다 링거 맞고 일찍 퇴근. 무려 9시반부터 쓰러지듯 잤다.

오늘 새벽, 눈을 뜨고 조심 조심 몸 상태를 살피는데 오오..정신이 살짝 드는거다.
마치 시커먼 폭풍우가 그치고 어둑어둑 하늘 구름사이로 비치는 푸른색 조각 하늘을 만나는 기분.
불안한 수술실을 벗어나 병실에 와 있을 때의 그런 기분. 안도의 느낌. 
얼마마인가. 이게.
아프긴 정말 아팠구나.

기력없는 아픔은 외상과는 달라서 사람을 지치고 맥빠지게 하고 허무하게도 한다.
폭풍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남에 안도하는 한편 '인생이란거 대체 어떻게 살아야할까?' 하는 질문이 또 따라 붙는거지.고질적인 허무함과 시니컬함이 함께 찾아온다. 나의 숙제다.

아직 두통이 남아 있긴 하지만, 고개를 들어 사물에 정신을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뭐라도 먹고 싶은 맘이 생겼고, 사라진 근육통 덕인지 땅을 딛어 허벅지를 올리고 싶고, 팔을 휘둘러 보고 싶어졌으니 이게 어디냐.
허무보다 강렬한 '생'에의 욕구. 그야말로 기운을 차리고 싶어하는 욕구가 더 크게 밀려온다.
좀 더 정신이 명료해지면, 이제 2013년의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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