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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별일없이산다

내 생애 첫 만년필 - 플래티넘 스탠다드 14K EF촉 버건디




어느덧. 나이 마흔.  
불혹은 커녕 하루에도 열두번씩 이랬다 저랬다 '유혹'의 소용돌이 속에서 휘둘리는 나지만 그래도 10년 주기의 또 다른 나이테가 시작되는 그 기분에 뭐라도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그렇게 며칠을 생각한 끝에 떠오른 물건이 '만년필'이다. 

왜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일기든 뭐든 그저 좀 더 꾸준히 써보겠다는 생각.
그런 기록들을 돌이켜볼 때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게 살아보자.. 하는 마음의 증표.
그리고 50의 또다른 나이테가 되기전에 책 한권 쓸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욕심.
뭐 그런 생각들.

그 후 영풍문고 가서 이것 저것 잡아 써보고, 리뷰도 해보고 결정한 제품이 바로 이거 - 플래티넘 스탠다드 14K모델.
10만원 이하에서 14K의 촉을 경험해볼 수 있는 만년필 입문자용 제품이라는데 다른건 모르겠고 가느다란 세필이 참 좋다. 모양도 화려하지 않고 수수하다. 이제 한 3~4일 써봤지만 아주 만족한다. 사각사각하는 그 소리. 느낌. 참 맘에 든다. 심지어 김정운 교수가 '남자의물건'에서 언급한 만년필 예찬이 어떤 느낌인지 어슴프레 알듯도 하다.

선물로 받아서 더욱 의미 있는 나의 생애 첫 만년필.
앞으로 많은 기억을 공유할 친구가 생겼다.

 

▲ 뚜껑에 H.J.HAN 이니셜도 새겼다. 나의 생애 첫 만년필. 플래티넘 14K 스탠다드
 
ps. 그동안 내게 떠오르는 '만년필'의 이미지는 초딩때 친구네 집 놀러가서 본, 나이 차이 아주 많이 나는 큰언니가 (고등학생으로 기억) 라디오에 사연 보내며 쓰던 모습이다. - 잉크가 흘러서 손에 묻거나 종이에 번지고, 색은 흐리고, 글씨는 번지면서 굵은 - 그런데 이번에 이것 저것 써 보니 만년필이 그렇지 않아서 좀 놀랬다. 아무래도 내가 알던 만년필은 막 만년필이었던 모양. 써놓고 보니 또 하나 떠오른다. 그 언니, 윤수일 정말 좋아했는데... ^^

ps2. 사각거려서 좋아하는 펜이 하나 생각났음. 만년필은 아니지만 만년필 같은 느낌이 나는 수성펜 - Pentel의 Tradio펜. 어디서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도 잘 쓰고 있음. 이것도 일본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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