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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별일없이산다

이사 준비 - 사랑은 변하는거야, 그러나 책은 역시 에러!!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로 이사 온 게 2004년. 그 후로 같은 아파트에서 두 번의 이사를 하고 나서야 오랜 숙원이었던  '방문 열고 거실 나가기' 프로젝트 성공!! 그리고 어느새 3년 째. 
나에겐 각별한 의미가 있는지라 정말 좋아했던 집인데, 이번에 떠나게 되었다. 
드뎌 지긋지긋한 원룸을 탈출해서 방문 열고 거실로 나가는구나!! 감동했을 때만해도 이 집에서 오래 오래 살꺼 같았는데 사람 맘이 참 간사하다. 욕심이 스멀스멀 하더니, 다른건 다 좋은데, 딱 방 한개만 더 있으면 좋겠다는 거~!

그런 맘이 고개를 한 번 쳐들자 그동안은 전혀 아무렇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 오기 시작한다. 각종 트집을 잡기 시작한다. 중앙난방이라서 넘 덥고 춥고, 오히려 개별 난방이면 가스비를 더 줄일 수 있겠다는 둥, 엘리베이터가 수시로 서서 출근에 지각한 적이 많다는 둥, 복도식이라 지나 다니는 사람들 시끄럽다는 둥... 사실 수납에 대한 스트레스를 제외하면 지하 주차장 빵빵하지, 전철 가깝지, 거실 넓지, 관리비 싸지, 호젓하지... 혼자 살기에 정말 이만한 아파트가 있을까 싶은 곳인데 한 번 다른 곳으로 맘을 돌리자 마치 연애가 끝나듯, 그렇게 좋아보이던 장점들은 어느새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기본적인 요소들로 둔갑, 매력을 잃어버렸다.

수납적인 부분외에도 솔직히 내가 이사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뭔가 '힐링'할 수 있는 자연이 가깝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산이든, 강이든, 숲이든... 퇴근 후 저녁 즈음 운동화에 츄리닝차림으로 마실 가듯 설렁 설렁할 수 있는 그런 곳. 그러나 수 개월의 발품과 검색 결과 출근의 편리함과 예산을 고려할 때 힐링까지는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넘 비싸거나, 너무 멀거나.--;
그렇다고 한 번 떠난 맘이 다시 돌아가기가 어디 쉬운가. 너무 멀리 온 것을...
그리하여 결국 다음주, 정든 이곳을 떠난다. 지금 살고 있는 곳과 아주 지척의 곳이라 뭐 많이 다르겠어?싶지만, 또 한편으론 어쨋든 환경의 변화는 새로운 자극이 되기 마련이니 기대된다.

몇 년 후엔 원하는 자연 근처로 이사할 수 있기를 바래야지. (누구는 '평생 아파트 평 수 넓히는 거에 애쓰면서 인생 소모하고 싶지 않다' 라고 했다지만, 나는 그럴꺼다. 다만, 아파트 평 수가 아니라 어디에 살 것인가?에 집중하면서. 자연이 가까운 곳에,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곳에. 그럴려면 최우선은 출퇴근 신경을 안써도 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거. 그런 날이 오게 만들꺼다. 시크릿의 힘을 믿으니까. ^^)


▲ 짐 늘리는 걸 싫어해서 최대한 간소하게 살아야지, 애썼는데 짐 싸보니 그게 아니다.
특히 책은 이사다닐 때마다 학을 띄는 품목이라 절대 사지 말아야지... 한참 실천했는데, 방심했다. 어느새 늘어난 책. 저게 다 책이다. 이번 이사하는 짐의 대부분인 것 같다. 이사 후엔 반으로 줄여야겠다고 다짐. (정말 허리, 팔 너무 아프다는)
어쨋거나 이사엔 '노끈'이 진리!! 

 

▲ 오후에 짐싸는 걸 도와주러 온 정민을 위한 만찬.
아마도 이 집에서의 마지막 만찬일 듯하여 한 장. 도토리묵, 비빔면, 장아찌 그리고 맥주. ^^

▲ 친구들과 소박한 주말을 보내기에 아주 매력 만점의 거실을 제공했던, 지금의 집. 안녕~ (올 2월, 정민 놀러온 날)

2006/08/11 - [일상 - 인생] - 여름. 그 방의 기억, 옥탑방.
2009/09/29 - [일상 - 인생] - 이사 - 방문 열고 거실로 나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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