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일주일을 지낸 지지난 일요일. 숙소 로비에서 인터넷하고 있다가 일본 여자애를 만났다. 이름은 미호코.
서로 영어가 안되니 구글 번역기에 돌려가며 이야기를 하는데 이제 스무살 갓 넘은 대학생. 요가를 매일하고, 재즈댄스 좋아하고 춤추는거 너무 좋아하는 미호코. 한달 동안 머물며 영어랑 Dance를 배우고 싶어서 왔다고 한다. 굉장히 발랄한 아가씨인 것 같은데 뭔가 표정이 계속 불안하고 아주 근심이 한가득인거다. 무슨 문제 있냐고 했더니 자기가 내일 학원에 가야하는데 어떻게 가야하는지 전혀 모르겠고, 무섭다면서..
사실 나도 엠파이어 사건 때문에 주말엔 그 동네 나갈 생각이 없었고, 숙소에서 그냥 빈둥대며 쉬다가 저녁에 링컨센터나 가려고 했던건데, 나이가 스물이지 덩치는 우리 다혜보다도 작은 것이 뭔가 좀 안쓰럽기도 하고 나도 저 나이면 저럴 수도 있겠다 싶은 측은지심이 들어 1일 가이드를 자청하고 나섰다.
Metro 카드 사기, 지하철타기, 버스타기, 학원 미리 탐방해보기, 타임스퀘어, 센트럴파크까지!!
마치 엄마가 애 델꼬 여기 저기 보여주듯... 센트럴파크까지 다녀오고 난 후에 링컨센터 HD오페라 보러 갔는데, 자기 스스로 숙소에서 학원가는거 또 한번 연습해 봐야겠다고 해서 헤어졌다. 아주 조심성 있는 친구다.
이랬던 미호코, 지금은 맨날 10시 이전에는 들어오는 법이 없다. 홀푸드마켓에서 이틀 연속 마주친 남자랑 데이트도 하고... 얼~ ㅋㅋㅋ 자기 예전 남자친구의 아메리칸 버전이라면서 맘에 든단다.
어제는 유명한 힙합댄서가 학원에 있는걸 알았다면서 그 클래스 수강했다고 완전 흥분. 다른 일본애들처럼 지네들끼리 뭉쳐서 있지 않고 (대부분의 한국애들도 이러긴 마찬가지) 적극적으로 현지 애들과 어울리려고 하는 모습이 귀엽다. 용감하기도 하고. 브라질 친구들한테 미호코를 소개해줬고, 오늘 다 함께 마돈나 공연을 보러 갈 예정이다.
미호코의 댄스 실력이 기대된다. ^^
▲ 요가 포즈로 서있으라고 주문했더니 첨엔 쭈뼛하며 부끄러워하다가 완전 신나라 하고 있음. ㅎㅎㅎ
▲ 왼쪽 언니 저렇게 춤 추면서 시카고 할인 쿠폰을 나눠준다. 볼 마음 없었는데 뭔가 재밌을 것 같고 막 보고 싶어짐.
오른쪽 아저씨는 직업적으로 저거 하시는 분 같은데, 사진 찍을라 치면 돈 내라고 하고 안주면 저 성조기로 얼굴을 가린다. 방심하다가 나한테 찍혔다. ㅋㅋㅋ 살짝 멘붕 표정인듯?
▲ 이날 여자들 무리가 '우리도 웃통 벗고 다니겠다. 권리를 인정해라!' 토플리스 차림으로 시위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 같이 소리지르고 사진 찍느라 난리. 근데 뉴욕 날씨가 정말 너무 더워서 저렇게 훌렁 벗고 있고 싶은 마음이 이해가 간다. 사실 브라의 역사라는 것도 여성을 위한 것이었다기 보다는 남성의 권력에 기반하여 걔들이 좋아라 할땐 크게 부풀리거나, 싫다고 하면 꽁꽁매서 안보이게 했다고 하니, 이제 21세기. 가슴 주인이 지가 벗고 살겠다는데 그게 편하다는데 그냥 지 하고 싶은대로 둬야 하는거 아님? ㅋㅋ (근데 벗고 다니면 경범죄에 걸리나? 우리나라 법은 어떤지 궁금)
▲ 우리 나라는 발 다치면 무조건 목발인데 반해, 저렇게 무릎을 얹고 밀면서 돌아다니는 사람들 많이 본다. 손잡이쪽에는 브레이크가 있어서 속도를 조절하거나 버스나 지하철안에서는 미끄러지지 않게 고정해둔다. 보행자의 입장에서 볼땐 목발보다 편리해보였음.
▲ 폴리스 언니. 이날 엠파이어 사건때문인지 평소 주말보다 타임스퀘어에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 59st, 콜럼버스서클에 타임워너센터가 있다. 타임워너 센터에는 뭐 이것 저것 가게들이 많이 있는데 C1에 위치하고 있는 홀푸드마켓에 들러 도시락 싸서 센트럴파크로 고고. 홀푸드마켓의 각종 샐러드들 신선하고 맛도 괜찮다. 가격도 싸고. 음식도 안남길 수 있으니 좋고... 이후 홀푸드마켓은 미호코의 단골이 된 모양.
▲ 댄스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라면 참고하시라. http://www.broadwaydancecenter.com/
미호코가 다니는 댄스 학원, 브로드웨이댄스센터. (사진속 주인공이 미호코.. 얼~~ 어리버리 미호코 어디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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