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 9월 5일
맥주나 한잔 하자고 나섰는데, 오호!! 온 동네 술집마다 뭔가 아주 아우성인거다.
발 딛을 틈도 없이 사람들도 많고, 꽥꽥 시끄럽고.. 왜 저러나 싶었더니 그날이 뉴욕자이언츠 풋볼 경기가 있는 날이라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야구, 축구 치맥먹으면서 함께 소리지르며 응원하듯 얘네도 완전 난리가 아니다.
첨엔 넘 시끄럽고 정신없어서 들어가기 싫었는데, 이런게 바로 어메리칸 컬쳐라며 구경해보자는 호기심 덩어리 줄리아 덕에 Bar 찾아 삼만리. 들어 갔다가 분위기 보고 다시 나오고...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낙찰된 2개의 Bar. 한 집에서 맥주 한잔씩. Bar에서 맥주 한잔 시키는 것도 어찌나 많은 인파를 뚫고 가야하는지 정말 정신이 쏙 빠짐. 그런데 역시나 미국애들은 쌩판 첨 본 애들하고도 참 떠드는 거 좋아한다. 말이 원하는 대로 안되니 답답해서기도 하지만, 아니 지가 날 언제 봤다고 머 그렇게 궁금한게 많아..? 하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너 알 바 아니다' 라고 할 수도 없고, 머 이래 저래 묻는거에 최대한 대답을 해 줄 수 밖에 없는데 나중엔 거꾸로 이래 저래 묻는 걸로 전략 수정.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이것 저것 묻고 앉아 있는 나를 발견. --;
뭐 지금이야 영어 수업삼아 그럴 수 있다고 치겠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냥 대충 막 날려가며 물어보는 문화는 참 소화하기 힘들 것 같음. (실제로 어느 상점이든, 누굴 만나든 '오늘 어떠니?'라고 앵무새들 처럼 물어보지만 대답을 기대하고 물어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저 그냥 해보는 소리다. 아는 사람인 경우는 예외)
암튼 그런 문화에 서스름없이 새롭고 신기한 사람을 찾아 대화 나누길 좋아하는 줄리아와 드니즈. 나와는 다른 문화 속에서 사는 사람이구나.를 다시 한번 느꼈다.
그래도 얘들 아니었으면 언제 이런 경험해 봤겠나 싶다. 낯선 사람하고 서로 기억도 하지 말들을 묻고, 시시콜콜한 잡담으로 떠들다가, '자, 이젠 가봐야겠다. 안녕, 즐거운 밤 보내라', '그래 안녕~' 뭐 이런 경험 말이지.
▲ 난리버거지. 좀 잘하면 꽥 소리 질렀다가, 조금이라도 실수면 우~우~~했다가 아주 뭐 그냥 냄비도 이런 냄비가 없다.
▲ 처음 들어갔던 바에서 만난 얘네들. 흑형에 대한 이미지를 바꿔줬다. 아주 젠틀했다. 이름은 뭐 당근 기억날리가 없고.
▲ 오른쪽 상단은 두번 째 바에서 만난 죠수아. 타투가이. 피어싱에, 온 몸이 문신이다. 심지어 손바닥까지!!! 평소 같으면 말도 못 붙여 봤을 타입의 사람인데 줄리아가 완전 좋아라해서 괜히 옆에서 기웃. 그래도 뭔가 나는 좀 불편하더라구. 옆에 떨어져 나와서 혼자 맥주 마시고 있자니 또 쌩판 모르는 애들이 질문 시작. 여긴 워낙 잡다구니에서 온 사람들이 많다보니 늘 처음의 질문은 그거다. "너 일본사람이니?' 혹은 '너 어디서 왔니?' 아으 그냥 지겹다. 이 대답. 확 안드로메다에서 왔다. 할 수도 없고... 코리아라고 하면 또 늘 묻는다 '노스코리아? 사우스 코리아?' 아니 노스코리아에서 미국 여행 다니는 사람 본 적 있냐고.. 그눔의 노스코리아는 굶어 죽기 바쁘다. 라고 답해주면 '너무 슬프구나' 라는 응답. 아 놔. --;
▲ 풋볼게임에 미쳐있는 Bar를 나와 길 걷다 발견한 CAFE LALO. 맥라인언이 나왔던 '유브갓메일'의 데이트 장소로 유명한 까페. 가이드 북에서만 봤는데 알고보니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83th ST. 암스테르담과 브로드웨이 AVE 사이인데, 암스테르담 AVE에 가깝다. 그 앞에서 한장씩. 드니즈와 줄리아. (이들은 오늘도 완전 차려입고 다운타운에 있는 Bar로 밤 마실 나가셨음 ^^)
ps. 바에 들어갈 땐 입구에서 ID검사를 하는데 그것 참 귀찮음. 짤없더라구. 그리고 맥주 값이 3$인가 밖에 안하길래 완전 땡떴다 좋아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오후 5시부터~8시까지는 Happy Hour라고 해서 거의 50% 할인해주는 거였음.
암튼 이렇게 시끄럽고 혼잡한 바, 또 갈 일이 있을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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