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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별일없이산다

DIY - 손잡이 바꾸려다 화장실에 갇힌 사연 ㅠ.ㅠ

by naebido 2009. 10. 6.
어설픈 DIY는 사람을 잡을 수도 있다.
이사한 집 화장실 문 손잡이가 너무 낡고 지저분해서 바꾸고 싶던 차에 사람을 불러 바꾸자니 수 만원이고.. 대충 인터넷을 찾아보니 오호, 이거 왠지 할만한거다. 게다가 '드라이버만 있으면 끝~!!'이라니,
돈도 아끼고 DIY의 즐거움도 느껴보자,
왼쪽 그림에 보이는 손잡이를 8천원에 샀다.

드디어 교체의 날. 사이트에 친절하게도 교체 방법이 나와있다. 뭐 대충 봐도 별거 없지??
'이런 날을 기다렸어'라고 말하는 것만 같은 멋지구리 무선 충전형 BOSCH 전동드라이버를 들고
보무도 당당히 화장실문에 매달렸다.
일단 기존 손잡이를 설명서의 역순으로 해서 제거 하는데 성공!

자, 이제 STEP을 따라가며 교체.

STEP1 : 음, 품목확인하라구? 머 다 있네. 오케이! 
STEP2 : 에이 껌이지.. 드륵 드륵.. 원래 매달려있던 애를 빼고 새로 설치 (나중에 보니 그냥 써도 되는거였다)
STEP3 : 오, 이제 드뎌 손잡이를 구멍으로 쭉 넣는구나. 머야 손잡이 교체 이렇게 쉬운거야? 라는 생각을 하
             며 손잡이를 문의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밀어 넣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왔따.
             안에서 보면 STEP 4 그림처럼 문 안쪽의 손잡이가 길게 삐죽 나와있게 된다.
            암튼, 왼손으로 그 삐죽 나온걸 붙잡고, 오른손으로는 바깥쪽의 똥그란 손잡이를 잡고서 몇 번 돌려보니 래치의 머리가 당겨 들어가야 한다는 데 머 전혀 당겨지지가 않는다.
'어라? 왜 이러지? 래치 방향을 반대로 달은건가??' 하는 의문과 함께 '잘 닫히긴 하나??' 하는 호기심 발동.
아무런 두려움없이 문을 스윽... . 닫았다, 닫았다, 닫았다...!!!


.......
어랏??
문이 안열린다? 정말? 우아. 이거 안열리네? 머야 나 화장실에 갇힌거야?
첨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화장실 안에서 step4에서 보이는 저 꼬다리를 잡고 돌려도 보고 밀어서 구멍사이로 그 래치라는걸 어케 만지면 될까 싶어 이래 저래 해보기를 몇 분. 윽 !! 안열린다!! 먼가 카드 같은 걸로 밀면 열리지 싶어 왼손으로는 여전히 저 꼬다리를 부여잡고 오른팔을 가제트 팔마냥 늘려 화장실 수납장의 치약 포장지를 우걱 우걱 뜯는데 성공.
맥가이버를 상상하며 밀어보지만 우엑, 역시나 안 열린다!!!
허걱! 드디어 뇌가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 갑자기 동공이 커지고 숨이 빨라지며 급 당황하기 시작하는 몸. 문을 꽝 밀어도 보고.. 문 옆을 깎아야 하나? 근데 드라이버로는 택도 없다.
마음으로 '이성적이야 해. 침착해'를 되뇌어도 괜히 심장이 빨라지고 손이 떨리고 난리가 났다. 

냉정, 냉정을 외치며 SOS 시뮬레이션 시작.
그 시각은 밤 10시. 정말 다행인건 핸드폰은 들고 들어왔다는거. 그런데 이 무슨 똥꼬간질 스펙타클 영화마냥 남겨진 밧데리 눈금은 단 한칸. 현관은 그 날따라 보조키에 걸쇠까지 죄다 잠갔으니 이건 뭐 비밀번호를 알려준들 구해질 처지가 아니다. 결국 여차해서 못 나가면 밧데리가 죽기 전에 제대로 119에 신고, '화장실에 갇혔거든여~ 현관문을 전기톱으로 죄다 뜯고 들어오셔야해요!'를 외쳐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 ㅠ.ㅠ

다시 한 10분간 문고리와 씨름. 여전히 열리지는 않고... 왼손으로 부여잡은 저 꼬다리가 영 성가셔서 확 놔버릴까? 그럼 두 손으로 좀 자유롭게 먼가 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보지만, 손에서 놓는 순간 다시는 그 손잡이를 집어 올릴 방법이 없다는 게 왠지 또 맘에 걸리며 두렵다.
슬슬 손에 힘도 빠지고 똥그랗게 난 구멍으로 하염없이 거실을 본다. 아,, 몸이 젓가락 마냥 가늘어져 저 구멍으로 나가고 싶다. 다시 또 시간이 가고, 밧데리는 여전히 한 칸. 땀이 비질비질.
맥가이버라면 먼가 저 치약과 비누와 헤어 에센스를 섞어서 폭파 시킬 수 있지 않을까? 헛 생각도 하다가.
근데 정말 이거 이렇게 시간 보내다가 밧데리도 죽으면??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야 해.
음. 다행히 화장실이니 잠은 변기위에서 앉아서 잘 수는 있겠네. 무엇보다 다행인건 식수 확보. 
난 여자니까 저 수돗물을 마시면서 최소 9일에서 15일은 버틸 수 있을꺼야. 
낼 아침에 회사를 못 나가고 한 이틀이 지나면 누군가는 집에 들를지도 몰라.
택배라도 오면 소리를 꽥꽥 잘 질러야 해. 죽지는 않는다규!!! 엉엉. ㅠ.ㅠ

암튼..
결과적으로, 끝까지 그 꼬다리를 붙잡고 있었던 건 잘한 일이었다.
이렇게 저렇게 밀었다가 댕겼다가 돌렸다가를 얼마나 했을까.. 뭘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먼가 띡~ 하더니 래치라는게 돌아가면서 문이 열렸다!! 아 그 해방감과 안도감이라니. 엉엉. 
문 손잡이 바꿀려다가 지 집 화장실에서 아사했다는 9시 뉴스 본 적 있어??
나 뉴스에 나올뻔 했다구~ 으흐흑.

ps. 어쨋거나 문손잡이는 성공적으로 교체했고 더 나아가 스위치 커버까지 교체.(이건 후에 올리겠음) 
     사실 DIY랄 것도 없는 거지만 순전히 돈 아낄려다가 DIE 할 수도 있겠다는 교훈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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