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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훌쩍떠나기

[헤이리] 북 까페 - 반디

직장인으로서의 자그마한 (실상 그 확률로 본다면, 사실은 어마어마한) 로망이라면,
평일 낮, 회사가 아닌 곳에서 '나의 시간'을 갖는 것.
사람들 띄엄 띄엄한 영화관에서 그간 못 봤던 영화를 본다거나, 좀 더 열심모드로 가까운 곳 나들이를 간다거나
이도 저도 아니라면 뭐 그냥 집에서 CSI를 맘껏 감상하며 빈둥대도 좋을 것이고...
어쨋거나 그 로망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날이 내게로 왔다. 비록 반나절이긴 하지만.

내내 좋던 날씨는, 쌩뚱맞게 비를 퍼붐으로써 나의 기를 꺽으려 했으나
나로서는 오히려 그래서 더더욱 좋았다. (사람들의 밀도가 더더욱 감소할 뿐아니라, 왠지 운치 있지 않은가.)
요새 한참 말썽인 나의 오래된 애마는 고장난 에어컨을 이용하여 온통 창문을 뿌옇게 흐려놓는다거나,
썬루프 사이로 간간히 빗방울을 떨어뜨려 줌으로써 모처럼의 이벤트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다.
 
향한 곳은, 파주 헤이리의 북 카페. 반디.
언제 꼭 함 가봐야지 하면서도 지레 주말 인파와 교통체증에 대한 상상으로 겁먹고 가지 못 했던 곳.
책으로 꽉 둘러쌓인 아담한 공간, 반디. 아주 딱 맘에 드는 곳이었다.
창밖의 후두둑 물기어린 세상들, 아늑한 쇼파, 향기 좋은 산딸기 차, 책 한권, 맘 편안한 낮은 밀도, 좋은 친구,
사장님께서 서비스로 주신 케잌과 노화 예방에 좋다는 또다른 차 한잔.
아주 모처럼 영혼의 비타민을 충전한 기분이다.

친구는 이런 자그마한 사랑방을 하나 만들고 싶다지만,
나는 좋아하는 사람들만 왔으면... 할께 뻔한데다가 낯선 이들에게 착하게(?)굴어야 하는 스트레스가 싫으므로 상업적인 면으로는 포기. 그저 이정도 호젓한 곳에 2층짜리 아담한 주택을 짓고 친구들을 초대하고 싶을 뿐이다.
북 까페 버금갈 정도의 서재가 있어도 좋겠지. 그러나 친구들아, 빼낸 책은 꼭 제자리에 꽂아주길..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왼쪽 두개의 열은 시공사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LIBRO", 그곳에 있던 책 중에 눈에 띄는 제목이 있어 찍었다.
"딸은 좋다."라니! 이거 이거 정말 좋다는거야? "딸이 좋다"도 아니고, 한정에 해당하는 "은/는"이라니..
왠지 저러니까 오히려 반어법 같다는! 암튼 시설은 아기자기 이쁜 것이 애들끼리 독서할 수 있는 커뮤니티도 지원하는 것 같고, 우리 조카가 좋아하는 큰 곰돌이 인형도 있고, 꼭 한번 데리고 가야겠다.
오른쪽 3개의 사진이 "반디". 벽면을 꽉 채우는 책장. 내 방에도 만들고 싶다. ^^

2007.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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