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해서 첫 날 이리 저리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 보니 오호, 이거 버스가 훨씬 편하잖아?
그후로는 내내 버스만 타고 다니고 있는데, 한번은 세로로 종점까지 가고, 한번은 가로로도 끝까지 가보고, 이제는 뭐 아주 그냥 버스 매니아가 되어 중간에 바꿔타면서 최대한 덜 걷기용으로 잘 이용하고 있다.
아직 미드타운 아래 동네의 가로로 왔다리 갔다리 버스는 안타봤지만, 그쪽을 제외하고 1주일간 맨하튼을 경험한 바로는 버스가 지하철보다 훨씬 편하고 쾌적하다. 바깥 구경도 하고, 좀 더 깨끗하고, 그리고 왠지 덜 무섭고!
보통 2st, 혹은 2블록마다 서기 때문에 목적지에 가기도 훨씬 수월한데, 버스 노선도 꼬불랑 거리지 않고 직선으로 아주 단순해서 가로 방향과 세로 방향만 잘 익히면 된다. 나 같은 버스치도 하루만에 마스터했으니 말 다했다.
실제로 맨하튼은 그리 크지 않아서 (맨하튼 크기는 세로 약 21.6km * 가로 3.7Km 밖에 안된다. 서울의 약 1/10 사이즈에 거주자는 약 160만 정도인데 주중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약 400만이라고... 대전 인구가 약 153만이고, 부산인구가 360만쯤 되니까 대충 비교될듯) 맨 아래에서 맨 꼭대기까지 버스로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는데 아마 한국처럼 운전하면 한 40분이면 갈 것도 같다. 여긴 세월아 네월아... 스타일로 사람 태우고, 서고, 가고.. 하기 때문에. ^^
예를 하나 들면, 횡단 보도에 서 있는데 2차선 건너 편에 타야 할 버스가 막 정차를 한다. 한국에서의 경험에 비추어 당연히 '아.. 저 차는 놓쳤구나. 간발의 차로 거 참 아쉽다' 하고 있는데 불 바뀌고 내가 갈 때까지 버스가 서있는거다. '얼~ 날 보구 기다렸나? 버스 서비스 짱인데?' 우쭐한 마음으로 버스에 올라타니 꼬부랑 할머니가 정말 아주 느릿 느릿 한걸음 한걸음 발 걸음으로 타고 계셨다. 그 분이 자리에 앉으실 때 까지 기다리고 있는 중이였던거다. 와 정말 그 시간이 꽤 되는데, 누구하나 불평하지 않고 그냥 지 할일 한다. 쫌 감동했다.
이런 스타일은 내릴 때도 마찬가지라서 내려야 할 역이 보이면 스탑 누르고 문 열리면 그제서야 궁댕이를 뗀다. (절대 후다닥, 서두르거나, 빨리 떼지 않는다.) 그리고 다들 또 안전하게 내릴 때까지 버스는 기다린다. 그렇게 버스는 가는거 반, 서는 거 반이니 시간을 다투는 사람들은 지하철이 나을꺼다. 암튼 생각보다 사람들로 붐비지도 않고, 러쉬아워 아니라면 그닥 막히지도 않고, 완전평지에 가까워서 책 읽기도 나쁘지않다. 빠름빠름에 익숙했던 생체 시계도 서서히 느려지는 것 같은 버스타기. 아주 추천한다. 맨하튼이라면 버스 꼭 타보는걸로!!
이 참에 나의 완소 어플이 된 버스 어플을 소개.
여기와서 나의 갤노트는 거의 이 버스 노선 보기 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 NYC Bus & Subway Maps (Free)
http://androiddev.orkitra.com/download/apps/?appid=7018387236453260707&download=com.episode6.android.nycsubwaymap_v2.1.1
요렇게 생긴 어플이다.
버스 노선, 지하철 노선이 들어있다. 버스의 경우 퀸즈, 브룩클린, 맨하튼이 따로 따로 있는데 맵 사이즈가 좀 되므로 한국에서 출발할 때 미리 받아두는게 좋다.
내 경우는 어플만 받으면 되는 줄 알았다가, 여기 와서 맵 다운 받느라 고생좀 했다. (당장 써야 하는데 3G 망은 느려서 아예 에러가 나고, 와이파이는 찾기 쉽지 않아서..) 암튼 지금은 나의 Best 완소 어플!!
▲ 버스노선. 주로 가로로 다니는 버스들은 St 이름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86st를 가로로 횡단하는 버스는 M86.
정말 거의 모든 길은 바둑판이다. (아래 지역으로 가면 아니지만) 세로줄은 AVE (지도의 오른쪽-동쪽에서 지도의 왼쪽-서쪽으로 갈 수록 번호가 커진다), 가로줄은 Street.(아래에서 위로 갈수록 번호가 커진다) 이것만 알아도 길찾기가 훨씬 수월. 게다가 일방통행이 아주 많은데 예외도 있지만 가로 길의 경우 보통 홀수 st길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짝수st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는듯. 세로의 방향도 일방 통행이 많다.그래서 버스 M5를 타더라도 미드타운으로 내려 갈땐 5AVE로 가고, 어퍼타운으로 올라갈땐 6AVE로 가게된다. 한국처럼 내렸던 곳 건너편에서 반대방향 버스타기가 안되는거다. 그러니 자연히 좀 더 많이 걷게 되는거고... 내 경운 그거 최대한 줄이겠다고 바둥대다 어느새 버스 매니아가 된거고. ^^
2. Google MAP
어플은 아니지만, 정말 톡톡하게 도움을 받았다. 인터넷이 되는 곳이라면 구글맵 또한 진리.
▲ 버스 정류장 표시. M5, M7, M10 이런게 버스 번호고 번호 옆으로는 각 번호의 버스가 가는 종점 방향.
왼쪽 하얀 색에 적힌건 현재 버스정류장 위치. 앉아서 쉬는 정거장이 있는 경우엔 기다리는 곳 옆에도 크게 적혀있다.
한국처럼 몇 번 버스 얼마나 앞에 있고, 몇 분 후에 오고.. 그런거 없다. 나와보니 알겠다. 정말 우리나라 대단하다.
▲ 대신 이렇게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휠체어 장애인의 이동에 대한 권리는 훨씬 앞서 있다. 몸이 불편한 사람을 위해서 버스는 쇼바를 치익치익~~ 내려서 인도와 거의 같은 높이로 만들고, 그후에 저렇게 인도랑 이어지는 발판을 펼친다. 물론 이 모든 시간을 탑승객과 기사는 묵묵히 기다린다. 불평없이. (심지어 기사분이 나서서 휠체어를 밀고 자리를 만들기도 한다.)
▲ 이곳에 와서 신기한건 호호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많이 본다는 것. 이동을 도와주는 다양한 보조 기구들도 눈에 띈다.
▲ 퇴근길 러쉬아워 때 버스를 타 봤다. 어김없이 이곳도 만원버스에 서서가더라. 그렇다고 해도 그 만원의 밀도가 비교가 안된다. 게다가 흔들리지도 않고 가끔 '아저씨 저 부르셨어요?' 할 일도 없고.. 정말 한국에 비하면 널널한 수준. 버스가 천천히(?) 다니니까 급한 사람들은 이용을 안하는건가? 아님 다들 휴가를 간거가... 싶기도 하고.
암튼 버스가 익숙해지는건지, 시차인건지, 뉴욕온지 몇 일도 안되서 버스타고 마구 조는 신공을 발휘.
▲ 버스마다 다른데 내리고 싶다면, 저기 길게 생긴 노란 테잎을 누르거나(창문쪽에도 있음), 가로로 빨래줄처럼 길게 늘어진 줄을 당기거나, 혹은 STOP 버튼을 누르면 된다. 버스가 정차하고 저 문이 자동으로 열리지 않는다면 당황하지 말고 바깥 방향으로 밀면서 내리면 된다. (나는 당황했다는 얘기. ^^)
ps1. M5버스를 타고 차이나타운을 갈려다가 그냥 종점까지 간 후 -> 스테이튼 아일랜드 가는 Ferry타고 자유여신상 보기와 M86을 타고 86번가 Street를 가다 -> 쉑쉑버거 먹고 -> 종점까지 간 후 -> East강을 낀 공원 산책 -> 다시 오던 방향으로 와서 노이어갤러리 -> 센트럴 파크의 잭클린 오나시스 호수 -> 구겐하임뮤지엄 둘러보기.는 다음에 포스팅 하겠음.
ps2. 뉴욕 온지 1주일 되었는데 거의 뭐 몇 달 산듯한 포스. ㅋㅋㅋ (실제로 오늘은 숙소에 새로온 일본 여학생의 1일 가이드가 되었다는. 이 얘기도 나중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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