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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사색의시간

[사회]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 한윤형, 최태섭, 김정근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ㅇ 한윤형, 최태섭, 김정근 지음
ㅇ 웅진지식하우스, p264, 2011.4

"가진 것은 열정뿐입니다!" 라고 외치던 나의 20대가 왠지 잠시 처량하게 느껴졌다.

사회비평가, 전 딴지일보 기자, e스포츠 컬럼니스트가 모여 프로게임단 선수, 헤어디자이너, 네일아티스트, 프로그래머 등 일명 '열정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책으로 묶었다.
이 사회가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20대를 '착취'하는가를 까발린다고나할까. 보기에 따라서는 일부 '에.. 저건 너무 꼬았따. 넘 비틀린거 아냐??' 하는 생각도들지만, 노동의 미화에 대해서, 나 역시 열정을 강요받고 있지는 않은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기엔 충분하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소기의 목적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을 읽은지 얼마 되지 않아 한예슬 사건이 터졌는데,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바로 그 사람의 '열정없음'을 탓하는 비난의 글들 - '연예인이, 그정도 열정도 없어? 더구나 너가 하고 싶어서 선택한거잖아. 근데 그정도도 못 견뎌?? 남들은 뭐 편해서 일하는 줄 알아?' - 을 보면서 아, 정말 우리 사회가 열정이라는 이름을 강요하고 있는건 아닐까. 퍼뜩 이 책이 떠올려지더라는.

책에서는 연예인을 비롯 회사에 고용된 정규직이 아닌 채 창작과 열정을 불태워야 하는 직업군에서 될지 말지 모를 내일에 대한 꿈과 희망을 임금 대신으로 하는 프로게임선수, 네일아티스트, 헤어디자이너, 작가, 영화 스태프 등의 실상을 보여준다. 그들의 하루 하루는 고단하고 처절하다. 그럼에도 열정노동자들은 '생산자'로서의 자각이 강한 특징이 있어 언젠가는 내 가게를 차리고, 내 책을 쓰고, 내 영화를 만들꺼라는 열정의 방패막으로 그 괴로움을 기꺼이 견뎌낸다. 그러나 현실은? 안타깝게도 그들의 거의 대부분은 그런 자본을 모으지 못한다.

얼마 전 일 때문에 프로리그 선수단을 만날 일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전혀 몰랐던 그들의 세상을 알게 된터라 (연예인들처럼 아주 어려서부터 프로게임단에 들어와 연습생을 거쳐 승자가 되기를 꿈꾸며 길러진다는 것, 온라인 게임이라고 아무나 막 나가는 게 아니라 반드시 게임단에 소속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  '승자독식세상'에 갇혀진 그들의 고단함이 느껴져 마음이 마냥 편치만은 않았다.

이 책은 언뜻 '잡을 수 없는 공은 잡지 말고, 칠 수 없는 공은 치지 말자.' 라던 삼미수퍼스타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열정도 갖지 말라는거냐? 그렇게라도 살아 내야 하는 거 아니냐? 배부른 소리하는거 아니냐! 반문이 들지만,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한 노동 댓가를 못 받는다는 사실이 엄연한 현실이다보니 영 씁쓸하다. 
'열정을 바치겠습니다!!' 아둥대던 나의 20대가 오버랩 되고, 지금 이순간에도 '열정'을 외치고 있을 젊은이들이 떠올라 더욱 기분 꾸리꾸리다. 그래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해법까지도 전해주면 좋으련만...
이렇게 문제만 잔뜩 늘어 놓는 책은 몰랐던 사실을 알게 해주니 고맙긴 한데, 암튼 참 기분 별루란말이지.

그나저나 20대 나의 그 열정은 무엇이었던가. 그 열정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 책 속에서 **
- 열정 = 스펙쌓기, 꿈 = 직업, 일을 하는것에 다름 아닌.
구직자들은 제각기 특별한 존재임을 주장해야 한다. 말하자면 '영웅'이나 '초인'이 되어야한다. '평범한 노동자'로 살기 위해 '비범한 존재 방식'을 취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의 자본주의가 새롭게 발견한 열정의 '쓸모'이다. -p35

- <대법원 99도5380판결>- 2002년 2월 26일
정리해고나 사업조직의 통폐합, 공기업의 민영화 등 기업의 구조 조정의 실시 여부는 경영 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이는 원칙적으로 단체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그것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하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순한 의도로 추진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동조합이 실질적으로 그 실시 자체를 반대하기 위하여 쟁의 행위에 나아간다면 , 비록 그 실시로 인하여 근로자들의 지위나 근로 조건의 변경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하더라도 그 쟁의 행위의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즉 근로조건에 관한 파업이 아니면 사실상 모두 불법이라는 얘기)

- 2010년 기준, 대기업 정규직은 전체 임금 근로자의 6~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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