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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유랑의 삶/아프리카.킬리만자로

[아!킬리만자로] 12/11 : 등산 4일째 (호롬보 산장 - 키보 산장 4,702m)

2005. 12.11. (등산 4일째)
▶ 호롬보 - 화성탐사같은 고산사막을지나 - 키보산장 (4,702m)으로...

아침에 일어나니, 새로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밤새 엄대장님이하 관계자의 진지한 토론 끝에
원하는 대원모두 키보산장으로 출발하는 것으로 변경이 된 것이다.

현재까지 대원들의 의지가 충천하고 건강상태가 양호한 상황에서
일부는 남고, 일부만 출발하는 것은
어쩌면 또 다른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각자 할 수 있는 만큼, 스스로 만족하여 포기할 수 있는 곳까지.
자유의지와 선택, 그리고 책임을 지라는 결정이었을 것이다.

기대했던 자연과의 편안한 하루 vs 또다시 시작되는 긴장.
그 두가지 사이에서 갈등이 인다.
거리는 약 12Km 예상시간은 10시간.
해발 3천에서 4천미터를 오르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는데.
이틀 전 만다라에서 호롬보도 그렇게 멀고 힘들었는데...
어떻게 할까...

...

그러다 마침내 결정했다.
"가는데까지 가보자."
(이때는 가는데까지 가다가 힘들면 내려오지 뭐... 하는, 조금은 단순한 생각이었다)

Am7:00 키보산장으로 출발!

긴장의 고삐를 다시 짧게 쥔다.
워낙 안전감증인 나. 가져온 영양제를 꼼꼼히 챙겨 경희랑 먹고..
(경희왈 : "언냐, 이러다 나중에 우리 시체 썩지 않는거 아이가. -.-;")

만다라의 급체 여파로 컨디션이 안좋은 홍석만씨를 뒤로하고,
장애인 대원 9명 전원이 키보를 향해 떠난다.
다들 맘속으로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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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들의 키가 현저히 작아져있다.

출발 시 컨디션은 나름대로 나쁘지 않았다.
Last Water Point를 지나고 (이제 물 나오는 곳이 없다는 얘기지)
킬리만자로가 좀 더 가까이 보이는 곳에서 전체 대원의 단체사진을 찍는다.
(해발 4,000정도. 뉴스에 나온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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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 6인방 (조pd님, 한작가님, 나, 경희, 석화, 최작가님)
※Photo : 강호정 기자

'이 정도면 뭐.. 갈만하겠다.' 싶었다.
본격적인 화성탐사가 시작되기 전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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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역시나 또 후미가 되고...

01
 
▲ 돌황무지지대 The Saddle 푯말이 있던 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점심은 주먹밥과 라면과 따끈한 차

여유있는 엄대장님과 달리 뒤에 보이는 현호. 안색이 안좋았다.
경희가 컵라면을 받아왔으나,
나는 식욕이 급격히 떨어져 주먹밥 반개랑 커피 한잔만 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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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들다. 두통약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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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격적인 화성탐사 시작이다. (맨왼쪽은 경희, 맨오른쪽 이 바리키 그 옆이 나)
※Photo : 강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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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옆으로 와있는 마웬지

전설하나, 키보봉(킬리만자로정상)과 마웬지봉은 서로 형제였는데
동생 마웬지가 내뿜던 화산불을 먼저 그치게 되자,
형 키보한테 가서 불을 빌려 피우곤했다.
근데 이 놈이 빌려주면 꺼뜨려먹고, 꺼뜨려 먹고..
빌려주다 빌려주다 화딱지가 난 키보가 마웬지 머리를 뚜드리팼댄다.
그래서 마웬지 봉은 저렇게 들쭉 날쭉 뾰쪽빼쪽하다고.
(저 마웬지봉은 준비된 전문 산악인만이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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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마웬지를 뒤로 하고 (완전 아마겟돈이 따로 없다)
맨 오른쪽 주황색이 나, 옆이 경희 ※Photo : 강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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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저 앞에 보이는 얕은 봉우리 2개를 옆으로 돌면 키보산장


Pm 3:30 키보산장 (4,702m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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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산장, 키보Hut에 도착하다.

역시나 꼴찌로 도착. 사람들이 박수와 포옹으로 맞아준다.
(KBS9시 뉴스에서 행균님과 하이파이브하는 뒷모습이 나 ^^;)

8시간 30분을 걸었다.(10시간을 예상했던 거에 비하면 참.. 잘 걸었다.)
오는동안 두통땜에 펜잘을 2개나 먹었다.
이건 정말이지 머랄까.. 물속에 있는 기분이랄까.
물속에서 걷는 것 같다. 몸이 축 쳐진다.
여행사 가이드가 바로 잠에 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멀쩡한 것 같아도 조금이라도 적응을 하고 자지 않으면 고산병이 바로 온다고..

몇몇은 이미 끙끙 앓기 시작하고..
나역시 미약한 두통과 함께 속이 메슥거린다.
여태까지와는 다른, 정말이지 빠짝 긴장한 마음들이 산장에 떠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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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훈이가 고소 두통으로 구루마를 타고 호롬보로 내려간다.
※ Photo : 강호정 기자 (약 19시간 후 나도 이 구루마 신세를...)

정상공격은 밤 11시에 시작한다고한다.
출발시의 컨디션을 봐서 올라갈 수 있는 사람만 간다.
욕심이 생긴다. 포기할때 포기하더라도 시도는 해보고싶어진다.
그러기위해선 몸이 받쳐줘야한다.
잠에서 깨는 내 몸이 멀쩡하기를.. 정말, 진정코 바라면서
체력 조절을 위한 짧은 잠을 청한다.

ps1. 엄대장님은 키보까지는 6~7명만 살아남을 것이라 생각했다한다.
그래서 전원 출발하는걸로 결단을 내린 것이었다고...
그러나 중간에 낙오자 한명 없이 전원 키보에 오른 우리들.
그 힘은 꼬박 꼬박 챙겨주시던 닥터쌤의 이뇨제와 영양제였던걸까,
모두가 알고보니 초강력울트라캡쑝 체력들인걸까,
정말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이었던걸까,
사주팔자일까, 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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