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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유랑의 삶/아프리카.킬리만자로

[아!킬리만자로] 12/09 : 등산 2일째 (만다라산장 - 호롬보산장 3,720m)


2005. 12.9. (등산 2일째)
▶ 일 정 : 만다라 Hut 출발 - 가도 가도 끝없는 길 - 호롬보 Hut으로..

Am 6:00 기상
Am 7:00 아침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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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약 12Km를 걸어 해발 3,720미터에 있는 호롬보 Hut까지 오른다.

예상 소요시간은 7~8시간. (푯말에 써있는 숫자를 믿었다간 상처받기 쉽상이다)

12Km... 내 평생 단 한번도 걸어 보지 않은 거리.
가늠도 안되는, 게다가 본격적인 고소가 시작되는 높이.
무엇보다 "뽈레 뽈레" (스와힐리어로 천천히, 천천히) 걷는게 중요하다고 한다.

Am 8:30 호롬보 Hut으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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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이 높은 가이드들에게 연두색 티셔츠를 지급하고, 짐 정렬을 마친후 출발!

주관여행사의 이사님 말씀에 의하면
네팔의 히말라야 포터, 가이드들은 서비스 정신이 정말 너무 철철 넘친다고 한다.
그래서 주관하는 입장으로는 통솔하기가 무척 마음 편하다고..
아마도 주인을 "섬기는" 카스트 제도의 흔적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그와 달리 이곳 아프리카 포터, 가이드들은 영.. 원채가 개념이 없다한다.
애초에 "계급"이라는 개념이 없던 조상의 영향인걸까.
너는 사자? 나는 사람. 너도 사람!
그러니 누가 누구를 지시하고 시키고 하는 것들이 뭐 그리 귀뚱으로나 들리겠는가.
나는 이들의 그런 수평적 정신이 맘에 들지만,
주관하는 입장에서는 통솔하기가 영 힘든게 아니라고.

그래서 급(?)이 높은 가이드들에게는(박씨 들어가~) 협찬사의 셔츠를 지급하여
구분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꺼라 하신다.
그러고보니 제복이란 이런 목적에서 생겼을 것 같다는 생각이.

"아.. 제발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으면.." 맘속으로 기도하며 호롬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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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은 쨍하고 만다라Hut 오를 때와 달리 공기가 청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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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를 걸었을까.. 저어기.. 킬리만자로가 보인다. (다들 흥분했다. 이때)
그러나 나중에 알았다. 이곳은 호롬보까지 가는 거리의 1/10이나 왔을까..

그래, 이때만해도 호롬보가 그렇게 멀리있으리라고는.
산속에서 지평선을 보며 걷게 되리라고는..
완전 생각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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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점 풀들의 키는 작아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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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평선이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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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짝 언덕도 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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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채꽃 같았던 "헬리크리슘 킬리만자리"를 보며 위안을 삼지만
(이 식물 이름 찾느라 고생좀 했다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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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기야 대체 끝이 안보이는 길에 경악. (쩌어기 쩜들이 사람)


4시간쯤 걸은 후부터 다리는 너무 빨리 피로해져 자꾸만 금새 저려오고
끝없이 늘어진 야트막한 경사에 허리는 끊어질 듯 아파온다.

이미 보이지 않는 일행들이 내심 부럽기도 하면서
그러지 않으려 노력해도 "이 처지"에 대해 맘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현실을 직시하자.
아프면 아픈대로 쉬면서 가면되지.
비교하지 말고 뽈레 뽈레. 내 페이스를 지키자.. 맘의 평정을 찾아본다.

그렇게 5시간쯤 걸어 LunchPoint 도착.
점심은 주먹밥, 바나나, 오렌지. 무리하지 않고 조금만 먹는다.

어느 순간부터 급격히 몸이 무거움을 느낀다.
점점 숨이 쉽게 차오르고.. 한걸음 한걸음이 숨차고 무겁다.
가이드 바리키가 "너의 속도는 느리지 않다. 그렇지, 뽈레 뽈레"라고 위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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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은 기압으로 풍선처럼 부풀어오른 산도를 보라. 몸상태 완전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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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고..


원정대원 일행들과는 얼마나 뒤쳐져 있는 걸까.
멘토 경희와, 터프가이 현호, 전문현지가이드 바리키, 그리고 나.
그렇게 넷만이 조용히 이 거대한 산속을 걷는 기분이다.

큰 산속에 있으니 "계곡풍", "산곡풍"을 구름으로 직접 볼 수 있다.
아침 10시가 지나면 산 아래에서 위로 구름들이 마구 마구 올라오고
저녁이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듯 죄다 몰려 내려가
밤과 아침이 되면 산은 그렇게 고요할 수가 없다.

시간이 꽤 지체된건지 어김없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이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서 내 자신이 "변온동물"임을 발견했다.
체온이 들쭉날쭉 조절이 안되서 입었다, 벗었따.. 정말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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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발 3,500m 근처에만 산다는 "세네시오"가 보인다.

바리키가 거의 다 왔다고 말을 해준다.
(... 다 뻥이야! 거의 다오긴 뭘 다와! 흑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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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멘토 경희랑 사진 한장 찍으며 한템포 쉬고 (사진은 참 말짱해뵌다.)

다시 또 묵묵히 얼마나 걸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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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다왔다! 드뎌 보인다 보여~!
(빤히 보이는 저 곳까지도 어찌나 한참 걸리던지...)


Pm 5:30 호롬보 산장 도착!

아~ 꼬박 9시간 동안 12Km를 걸어 하늘 위로 1Km를 올랐다.
이미 사위는 어둑 어둑 해지고 있었고, 날씨도 무척 추워져 있었다.
비를 맞으며 우리 일행이 바라본 이 호롬보 산장은 어찌나 반갑던지!

점심식사 후 갑자기 쓰러져 우리 뒤로 쳐진 정웅이를 좀 더 기다려
몇 분 간격으로 호롬보 등정의 기쁨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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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아침 찍은 호롬보 산장 푯말

밥이고 뭐고 마냥 눕고만 싶고 자고만 싶은데,
바로 자면 고소가 올 수 있으니 아무리 피곤하고 죽겠어도
10시까지는 적응하고 자라고 한다.

저녁을 아주 조금만 먹고.
어제부터 아프던 목은 급기야 편도선 염으로 진전이 되어 약을 한줌 받고
겁쟁이 나는 졸려죽겠는데도 꼬박 10시까지를 기다리다..
1시간을 더 참은 후에야 잠에 들었다. -.-;

ps1. 원래의 일정은 호롬보까지 단번에 오르지 않고,
중간 3,700미터 고지쯤에서 텐트를 치고 1박을 하는 거였다.
그만큼 대원들의 컨디션은 정말 최고였던거다.

ps2. 팀 닥터에게 편도선 약을 받고 있는데..
갑자기 정웅이가 코피를 쏟는다는 급한 전갈이 왔다.
아.. 킬리만자로는 우리를 결코 쉽게 허락하지 않는구나. 싶었다.

ps3.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심장이 쿵쾅거려
하루사이에 갑자기 노인이 되어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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