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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 5도살장
SLAUGHTERHOUSE - FIVE
저자 : 커트 보네거트
번역 : 박용희
출판사 : 아이필드 256page
몇해 전 동유럽 여행을 다녀온 친구의 사진을 보던 중에 유독 경치가 예쁘고 왠지 고즈넉한 느낌이 풍겨 '여긴 어디야?' 물으니 "드레스덴" 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드레스덴.
막연하게 이쁘고 오래된 도시. 라는 이미지로 가득했었는데
2차 세계 대전 중에 13만 명이나!! 학살된 곳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알았다.
대구 지하철 화재로 사망한 사람이 200여명.
폼페이 화산 폭발로 도시와 함께 화석이 된 사람들이 2천여명,
911로 사망한 사람은 3천여명..
히로시마 원자폭탄에 사망한 사람이 7만여명....
.. 13만명이라니.. 너무도 비현실적인 숫자라 '슬프다'라는 단어조차 낯설다.
에혀! 그래, 다 그렇게 가는거지.
그날 그 곳에 있었던 저자는 20년이 지난 1968년에서야 이 책을 완성했다고 한다.
형식이 낯설어 좀 어려웠다.
아마도 맨정신의 화자를 등장시킨 사실감 있는 기사 형식으로는
비현실적인 그 이야기를 전개하리란 어려웠던 것일까.
소설은 트랄파마도어 시간여행으로 이리 저리 시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빌리 필그램'을 통해 시종 너무도 조용하고, 냉소적이고, 몽환적으로 그날을 들려준다.
누군가 죽을 때마다 '다 그렇게 가는거지.' 라는 문장을 처음 만났을때는
무척 거슬리고 불편했는데, 이 소설의 허무, 냉소에 차차 익숙해 지면서부터는
'에혀. 그래.. 그렇게 가는거지' 라는 맘이 어느새 이해가 된다.
작가는 미국에서 블랙코미디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진다고 하는데
빌리가 외계인의 동물원에 전시되어 그들의 재밌는 관찰 대상이 되는 장면을 읽으면 그와 같은 찬사를 알 것도 같다.
끝역시 너무 담담하고 조용한데,
책을 덮고 나니 왠지 먹먹하다.
차라리 펑펑 울게 하는 그 뭐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하느님, 저에게 허락하소서
내가 바꾸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정심과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늘 그 둘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 본문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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