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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별일없이산다

숭례문의 불, 과연 누군들 끌 수 있었을까

by naebido 2008. 2. 13.
출퇴근 시 늘 남대문을 지난다.
2월 10일 일요일 그날도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밤 10시쯤 지나는데 남대문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다.  
명색이 국보 1호 문화재고, 소방차들도 엄청 와 있었고, 게다가 여긴 인프라 빵빵한 서울 아닌가!
길거리 한복판에 있어 진입이 어렵지도 않을테고..
저렇게 개방되어 있는데 스프링쿨러 같은 것도 있을꺼고..
뭐 여러모로 솔직히 이 사진을 찍을 때는 그닥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쉽게 끌 수 있을거라 생각했었다.
아마 이때 이곳을 지난 많은 운전자들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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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0일 밤10시경 집으로 가는 길에 차에서 찍은 사진

그런데 이게 왠일, 다음날 아침 완전 퐝당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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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1일 아침 출근길 차에서 찍은 사진 -.-

머 이래 저래 불 왜 못 껐는지 말들이 많은데.. 가만 생각해보니 누군들 끌 수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만일 내가 열의 가득한 말단 실무 공무원이라고 치자.
어느날 숭례문이 방화에 취약함을 실감하고 문서를 올린다....
윗분이 보시고 한마디 한다.
'응 그래, 맞는 말이다. 근데 예산이 없다. 올해는 소화기 8대가 전부고 증설 예산은 없다.'
막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가?
결국 맨 꼭대기에 앉아서 "의사결정"해야 하는 놈이 똑똑하지 않은 한, 열정과 애정이 있지 않는 한,
대체 누군들 저 불을 끌 수 있었겠냔 말이다.

기와를 부숴도 좋다. 라는 Confirm을 득하기 전에야 어디 말단 소방관이 그 막중한 책임의 리스크를 짊어질 수 있겠는가 말이다.

하나의 기업에서조차 부서간 협업에 대해, Bottom Up 의사전달 어려움에 대해 항상 고민인데,
한 나라를 책임지는 그 많은 부처, 부서.. 공무원 집단에서야 안봐도 비디오다.
말단에서, 머리말고 발로 뛰는 현장의 선수들이, 소신껏 행동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애정을 갖고 책임을 갖게 되지 않겠는가.
특히 업무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을 수록 더더욱 그래야한다.
기업이든 국가든 단기성과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번지르르 똥 싸놓고 떠나 버리는 놈들이 많아지게 된다
금방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 눈 앞에 보여지지 않는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그건 제 소관아닌데요, 제 업무 아닌데요'가 반복 되며
제2의 숭례문, 제 3의 숭례문이 불에 타도.. 아무도 끌 수 없을 것이다.

아! 날 따뜻해지면 앞에서 사진 한장 찍어야지 했었는데... 뭐냐고요 이거!!

ps. 기업이든 국가든.. 우리의 시스템이 뭔가 좀 답답해서.. 길이 길어졌네요. 혹 불쾌하신 분들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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