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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사색의시간

[에세이/의학] ★ 나도 이별이 서툴다

by naebido 2009.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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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별이 서툴다 (죽음에 관한 어느 외과의사의 아름다운 고백)
ㅇ 원제 : Final Exam
ㅇ 저자 : 폴린 첸 (pauline W.Chen)
ㅇ 번역 : 박완범
ㅇ 공존출판사 / 324p / 2008. 8


만약. 내가 불치병에 걸린다면...
주렁주렁 많은 호스들과 각종 전자기계들 속에서 
마치 '죽을 때까지 치료해 주겠어!' 라는 자세로 trial & error의 전형을 보여주는 의사들 손에 나의 죽음을 맡기진 않겠다.
난 대신 품의 있게, 죽을 수 있는 길을 택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예전에도 했었다. 
스크래치형 복권 긁기를 하다 500원 당첨이 되면 -> 또 복권으로 바꾼다 -> 긁는다 -> 오호 500원 당첨! -> 또 복권으로 바꾼다 -> 긁는다. -> 5000원 당첨!! ->오오라! 복권 10장으로 바꾼다 -> 긁는다 -> 500원 당첨 -> 흠, 약간 아쉬운데? 복권으로 바꾼다 -> 긁는다 -> 꽝!

가끔 불치병에 대한 투병 얘기들을 읽거나 들어보면, 정말이지 마치 꽝이 나오고서야 멈추는 복권긁기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환자가 죽는 그날까지! 치료에 치료를!
왜 의사들은 솔직하게 이대로는 의미없는 치료를 인정하고, 멈추고, 그래서 환자로 하여금 좀 더 품의있게 죽도록, 생을 정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안주는 것일까. 이 책을 읽어보면 그 분들의 입장도 일면 이해가 간다.
의료 시스템의 체계나 가치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구나.. 어렴풋이 알게 되니까.

간이식 전문의 의사인 저자가 의사의 입장에서 환자의 '죽음'을 다룬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의과대학에 들어가고, 인턴, 레지던트, 그리고 전문의가 되기까지의 풍부하고 솔직한 경험담이 흥미롭고,
그 기간동안 연습하게 되는 사람에 대한 사물화, 이후 죽는 환자를 직접 만나게 되고, 그 죽음에 대한 감정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스스로도 얼마나 냉정하게 되는지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한다.
환자가 '인간'이라 생각하는 맘은 살짝 옆에다 두고, 환자 속에 숨어있는 '병'과 싸우는 것만이 목표가 된 현재의 의료 상황들, 그 중에서도 특히 '임종'에 대한 배려 방식이 달라지고 개선이 되어야 한다고, 그럴꺼라고 말한다.

의사샘이 어찌나 글을 잘 쓰시는지! 생각해봄직한 주제들에 대해 너무도 솔직하게, 우울하지 않게 씌여있어 휘릭 휘릭 정말 빠르게 읽어갈 수 있는 볼만한 책이다. 나는 어떻게 죽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는데,
어쨋거나 아프지 않게  잘 죽었으면 좋겠다.

** 책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속에 파묻혀 살아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의대에 들어갈 적에 나는 아픈 사람을 돕고 싶었고, 당시 내게 아픈 사람을 돕는 것은 곧 그들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었다. 병이 치료되어 고마워하는 환자들로 외래가 북적거리는 것을 꿈꾸었다. -p83

ps. 미국 의료비가 비싸다는 건 알고 있는데, 책에서 보니 초진 45분, 재진15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대학병원 외래에서 3분이상 의사샘과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는 것같다.

ps2. 난 왜 의사가 될 생각을 안했을까..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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