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 헌법의 풍경 (부제: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ㅇ 김두식, p352, 교양인, 2011. 12
음.. 간만에 좋다. 게다가 재밌기까지하다.
권리란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알아서 쥐여 주는게 아니라, 요구하고 요구하고 또 요구해서 - 때로는 죽음도 불사해서 - 얻어낸 것임을 다시금 곱씹어 본다.
이 책 재밌다. 흥미롭다.
어려울 것 같은 분야의 얘기를 아주 쉽게 풀어서 들려준다. 검사, 법원, 변호사 그 시스템이 맞물려 돌아가는 그들만의 리그 - 법조계 얘기도 재밌고 애초부터 '무죄'일게 뻔했다는 PD수첩 사건에 대한 이야기며, 음란물의 예를 들어 설명하는 표현의 권리, 유죄가 입증될 때까지는 '무죄'라는 '무죄추정의 원칙' 등 헌법에 기초한 근거로 법이 어떻게 해석되는지 다양한 사례들이 흥미롭고 신선하다.
미국의 시민권법 사례등 처음 접하는 분야에 대한 호기심도 한 몫 했겠지만 무엇보다 편안한 필체가 법의 매력에 쉽게 빠져들게한다.
무척 쉬운 문체로 조근조근 이해하기 쉽게 써내려가지만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 또한 이 책이 빛을 발하는 이유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행되는 국가 권력이 얼마나 무서운 괴물로 변할 수 있는지 홀로코스트가 보여주듯 '법'은 우리의 일상에, 삶에 녹아있다. 국가 권력이 괴물화가 되는 것을 막고 개인의 기본권을 지키려면 결국 법이 발전해야하고 시민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법'을 일반 시민들이 조금이나마 가깝게 느끼고 -> 헌법에서 보장하는 개인의 '기본권'에 대해 자각하고 -> 그러한 문제 의식들로 여기 저기서 크고 작은 소송들로 세상이 더 시끄러워질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야 언론에도 언급되고 사람들이 알게 되니까)
'무지'가 우리 삶을 나은 방향으로 알아서 끌어주지 않는다는 점을 알려준다는 면에서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와도 비교할 수 있겠으나, 한결 더 부드럽고 편안하다.
이 책 안 읽었으면 몰랐을 '말하지 않을 권리'와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 참 감사하지만,
널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분들도 있을텐데 이 분 참 독특하고 용감하다.
스스로를 '이류법학자'로 소개하듯 실무 법조계도, 전문 학계에서도 한발짝씩 떨어져 관찰자로 남을 수 있는 포지션 덕이겠지. 법학에 입문하고 사법연수생 시절 군대에서의 특권도 경험한 그가 어떻게 이류법학자로 살게 되었는지를 고백하는 <법학과의 불화>장에서는 개인적인 매력까지 묻어난다. 이 분 좋다. ^^
'책으로 대중과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하는 부러움과 동경의 1인이 더 생겼다.
<책 속에서>
당연히 내가 피해자가 되었을 때 이웃도 전혀 관심을 주지 않습니다. 이런 비차한 지경에 몰리지 않으려면 기본권 침해 현장을 목격했을 때 당사자의 고통에 동감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홀로코스트는 IBM뿐만 아니라 독일이라고 하는 국가 전체가 컴퓨터처럼 착착 손발을 맞춰 작동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일이었습니다. 법률가는 법률가대로, 의사는 의사대로, 공무원은 공무원대로, 군인은 군인대로, 철도원은 철도원대로,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국가의 범죄는 절대 권력을 지닌 소수 독재자들의 야욕과 그들에게 복종하는 다수 봉사자들의 협력에 의해 현실화됩니다. 정신 나간 사람들 몇 명의 손으로는 이런 거대한 범죄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독재 권력의 전횡에 참여하거나 방관할 때에만 비로소 국가라고 하는 괴물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ps1. 3.8 오늘은 마침 세계 여성의 날. 별 생각없이 살았는데 이 책의 영향인가. 1908년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여성들이 불타 숨졌고, 당시 선거권과 노동조합결성의 자유가 주어지지 않았던 여성 노동자들이 3.8 뉴욕 광장에 모여서 권리를 외치며 시위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1910년 여성 섬유노동조합이 조직되었다고 한다. 여성의 선거권이 1920년부터인걸 보면 정말 권리라는 걸 얼마나 끈질기게 요구하고 쟁취했는가 알게 된다.
이 책 뒷 부분에서도 미국 흑인이 차별에 대해 싸워 온 역사가 잠시 언급되는데 와.. 놀랬다.
1863년 링컨의 노예해방 선언이 있고 -> 1868년 수정헌법 14조로 법적인 근거가 마련이 되었음에도 -> 1896년 플레시판결 (흑인과 백인은 평등하지만 분리된다는 법으로 사회적 평등을 의미하지 않음을 판결)로 인해 -> 1954년까지 공공연한 차별이 계속 되었으며 -> 1954년 브라운 판결 (흑백분리교육이 위헌이라는 소송의 판결) -> 1956년 로자 파크스 여인의 버스체포사건 (흑인이 백인자리에 앉았다는 죄) -> 이후 마틴 루터 킹 등 전국적 시민 투쟁으로 -> 1964년에서야 시민권법 (Civil rights Act of 1964)으로 결실을 맺는 100년의 스토리는 정말 대단.
지금 내가 누리는 권리들도 앞서 살아낸 누군가의 목소리와 희생으로 얻게 된 것임을 생각하니 괜히 막 감사하다.
ps2. 가끔가다 농담이랍시고 머리카락 없으신 분, 배나온 분 놀려대는 우리 팀장, 미국 시민권법에 적용하면 감옥가야한다고 말씀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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