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때던가 암튼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된 옛날 옛적 (꽥!! 써놓고 보니 깜놀)
그땐 가요 프로그램 참 좋아라해서 TV 열심히 챙겨 봤는데 어느날 한 남자 가수가 등장했다.
앉아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는데, 아우.. 노래가 어쩜 이리 애절하고 슬픈거냐.
떨리는듯한 섬세한 목소리와 어우러진 눈물 쏙 뽑을듯한 그 멜로디와 기타에 푹 빠졌다.
아마도 단조를 좋아하던 나의 감성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초등학교 때도 "앞으로 앞으로~~♬" 처럼 밝고 맑은 장조 보다는 "엄마가 섬그늘에~" 라거나 "멀리서 반짝이는 별님과 같이~~"류의 우울하고 구슬픈 노래를 좋아했더랬다. 맨 마지막 노래는 초딩시절 나의 18번이었음. ㅎㅎ)
그러고 보면, 그때 시작된걸까? 뭔가에 휘릭 빠지고 단번에 저질르는 스타일은?
그길로 그때까지 모았던 나의 전재산을 탈탈 털어서 통기타를 샀다.
당시 면 소재지 두메 산골에 살고 있어서, 완행 시외버스를 타고 악기사가 있는 "읍내"에 가서 기타를 모셔왔는데,아마 내 돈주고 구입한 가장 비싼 물건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 분명 누군가와 함께 갔던 것 같은데, 당췌 기억이 나지 않는다. OTL)
암튼 세고비아였던지, 다른 무엇 짝퉁이었던지 비닐 커버에 통기타를 넣어 어깨에 메고 돌아 오던 길은 금의환향 저리가라의 기분이었던 것 같다.
기타는 샀는데, 마땅한 학원이나 배울 데가 없어 나의 선생은 이정석 기타 교본의 책과 테이프.
한 몇 개월 정말 열심히 뚱땅 댔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실력은 모든 기타인의 교집합 - 너의 침묵에 메마른~~ ♬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 ㅋㅋ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없고 용감무쌍한 일이지만 C, Am, Dm ..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손가락 벗겨져 가며 참 열심히 연습했다.
... 아쉽게도 그게 다다. 그 이상으로 발전을 못하는.
그후 허세 장식의 의미로 방 한켠을 채우던 나의 기타는 고등학교 땐가 먼지와 함께 사라졌다.
그렇게 수십년이 지났고, 2012년 1월 7일 내 생애 2번째 기타를 샀다.
그리고 오늘, 첫 레슨을 받았다.
조율하는거랑, Am, E, A7의 코드 3개를 배웠다. 갈 길이 멀겠지만 벌써부터 들뜨고 신난다.
옛날에 혼짜 뚱땅대던 생각도 나고...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 셋이 함께 배우는데 그래서 더 재밌는 일이 많을 것 같다.
아, 뭔가를 배우는 건 정말 신나는 일. 2012년은 기타와 함께~~!!
내 기타는 성음 크래프터 오메가 플러스라는 모델인데, 담에 올리겠음 (사진에 있는거 아님)
▲ 나를 기타로 이끌었다는 그 노래는 바로 조덕배의 꿈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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