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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별일없이산다

아, 심장벌렁이던 3시간의 경험 - 춘천에서 서울, 눈 길 운전

지금도 생각하면 심장이 벌렁벌렁한다.
끔찍했던 3시간.
정말이지 15년 넘게 운전하면서 이렇게 온 몸이 아찔하게 반응했던 경험은 첨인 것 같다.

3월9일. 춘천 출장이 있어 내려갔다가,
집에서 밥도 먹고, 간만에 친구랑 차도 마시고.. 여유 완전 부리며 밤 10시쯤 춘천 출발.
눈발이 날리고 있었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경춘고속도로는 열선이 있으니까! (대체 이건 어디서 누가 말한 거짓부렁이냐..!)

암튼 초반 아스팔트 길은 열선이 정말 있는건지, 저절로 눈이 녹은건지 눈이 펑펑 오고 있었는데도 바닥이 녹아 있어서 완전 안심.
그러다 어느 터널을 지나는데 터널 출구쪽이 아주 하얗게 훤한거다..! 잉 저 뭥미?? ....
아주 고스란히 고대로 쌓인 눈. ㅠ.ㅠ 그때부터는 완전 사투시작. 정말 오늘 뭔일 나는구나. 싶었다.
몇Cm씩은 쌓였는데 체인도 없고 이건 정말 봅슬레이가 따로 없다.
터널을 지날 때마다 '그냥 여기 세우고 하루 밤 보낼까?' 하는 유혹이 왕창 왕창. 
실제로 한 차는 춘천방향에서 레카가 와서 끌고 다시 되돌아 갔고, 모닝과 제네시스는 터널에 세웠다. 
가뜩이나 깜깜한 길에 눈은 대박 날리지, 차선은 없지, 길은 미끄럽지..
뇌는 생사의 위험신호라고 감지했는지 심장 벌렁시작, 맘과 달리 손과 발이 살짝씩 후덜덜하는데 아휴.
손과 발 후덜덜하며 비상등 켜고 설설 기다시피.. 남양주 거의 와서는 제설차 발견. 완전 반가워서 뒤 따라가니 이건 뭐 염화칼슘 폭탄과 걷어내는 눈 세례에 오히려 더 기겁. --
암튼 여차 저차.. 서울로 오면서 더 내리는 눈에 엉망진창인 올림픽대로를 지나 간신히 무사 도착.
'아~ 살았다!' 하는 안도의 한숨을 다시금 경험. 휴..

정말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다.
본능적으로 사람은 죽고 싶어하지 않다는 걸 또 한번 알게 된 게 수확이라면 수확이랄까. 감사할 따름이다.

위 사진은 주차장 도착 후 넘 감격해서 찍은 트랭이 사진이다.
보면 알겠지만, 앞부분은 죄다 눈이 얼어 붙었다. 헤드램프 부분은 내가 떼내서 그렇지 거의 뭐 실명 수준. 
암튼 다시금 고군분투해준 트랭이 쌩유 베리 감사. 급 애정도 상승이다. 낼 세차 쌔끈하게 해주게쓰.

ps. 그 많던 눈은 근데 하루사이에 거짓말 같이 죄다 어디로 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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