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없이 담담하고, 한 없이 침착하고, 한 없이 가슴아픈.. 대리석에 물로 글을 쓰면 이런 느낌일까. |
2차대전 그 중에서도 나치, 유태인수용소에 대한 나의 지식은 그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쉰들러's 리스트', '글루미 선데이'등을 통해서 알고 있는 수준이었는데,
이 책을 덮고 나서는 '아..! 차라리 계속 모르고 있을껄...' 탄식해야했다.
프리모 레비
1942년 12월부터 1945년 2월까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있었던 사람.
160만명이나 학살 당한 그 현장에서 살아난 5%중 한사람.
이것이 인간인가.
레비의 이 물음은 가해자 역할이었던 사람만을 의미하는게 아니다.
이성적 판단없이 그저 추종했던 자들, 알고 싶지 않아서, 혹은 모르는척 그냥 조용히 침묵한 사람들,
피해자였지만 살아남기 위해 다른 의미에서의 가해자가 되어야만했던 사람들,
그들 모두 - 외계인도, 괴물도 아닌.. 바로 우리, 인간! - 에 대한 성찰이다.
증언문학의 고전이라는 평을 받는 이 책은 시종일관 고요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신랄하고 괴로울정도로 생생하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내가 지금 모른채, 혹은 침묵하며 범하고 있는 많은 유죄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토록 처절히 살아 남았고, 평생을 책으로써 증언하고 경고한 프리모 레비.
인간에 대한 환멸, 혹은 무엇이었을까.
결국엔 권총으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알고나니 더더욱 마음이 무겁다.
책 속에 많이 인용되던 단테의 신곡..을 반드시 읽어봐야겠다.
과거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그러므로 그런 일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파시즘은 죽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가면을 쓰고 모습을 숨기고 있었을 뿐이다.
파시즘은 새 옷을 입고 다시 나타나기 위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원래의 모습을 잘 알아볼 수 없게,
좀 더 존경받을 수 있게, 새로운 세계에 걸맞는 모습으로...
...
불관용, 압제, 예속성등을 내포하고 있는 새로운 파시즘이 이 나라 밖에서 탄생되어 살금살금, 다른 이름을 달고 이 나라 안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 혹은 내부에서 서서히 자라나 모든 방어장치들을 파괴해버릴 정도로 난폭하게 변할 수 있다... 이때,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유럽의 한복판에서 벌어졌던 일에 대한 기억이 힘이 되고 교훈이 될 것이다.
ps. 프리모 레비가 쓴 책을 모두 읽어보고싶은데.. 주기율표 외에는 구할 길이 없네. 출판이 안된건가..
이것이 인간인가 Se questo e un uomo (1947, 1958)
휴전 La tregua (1963)
주기율표 Il sistema periodico (1975)
멍키스패너 (1978년)
지금이 아니면 언제 Se non ora, quando? (1982)
익사한 자와 구조된 자 Il sommersie salvati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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