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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팅시간이 연기되고.. 노트북은 없고.. 정말 할 게 없더라.
시간이나 때울까 싶어 잠시 빌렸는데, 훌쩍 단숨에 읽게되었다.
의사로서 병원에서 겪은 크고 작은 가슴울림의 경험들을 풀어낸 책인데,
병원이란 그 감정의 굴곡이 "희비"의 급격한 경계를 넘나드는 곳이므로
한편 한편 에피소드 마다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너무 안타까운 얘기에는 눈물이 뚝뚝.. 나기도 한다.
이 책은 병원에세이지만 어찌보면 "삶의 자세"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지은이 박경철씨는 알고 보니 이미 꽤나 유명하신 분이었는데
글 속에서 묻어나는 문장들은 언뜻 언뜻, 화려함 대신
시골 개인병원 원장님으로서의 담백한 삶에 대한 철학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 *
읽으면서 7살을 가득 채웠던 그리고
그 후로 6개월마다 혹은 1년마다,.,, 그렇게 21살까지 계속되었던
내 병원생활이 참 많이 생각났다.
'아픔'에 대해서가 아니라, '내 자신'에 대해서가 아니라
과거 속 그 시간. 그 때. 내곁에 있었던 혹은, 나를 스쳤던 많은 사람들..
그땐 미처 헤아릴 수 없었던 많은 감정들.
그중에서 문득 떠오르는 한 언니가 있다.
내 옆 병실의 그 언니는 고등학교 1학년.
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 신호를 무시한 택시에 치인 그 언니는
불행히도 떨어지면서 아스팔트에 얼굴을 적나라하게 부딪혔는데
그 때문에 무너진 코며.. 얼굴 외상이 너무 심해 다가가기가 좀 무서웠었다.
퇴원하던 날, 언니네 방에 들렀는데
수술후 한달이 되도록 부모님이 거울을 못보게 하는 통에
자신의 얼굴이 너무 궁금하다며 증명사진하나를 꺼내더니 내게 건냈다.
"현정아 나 이 사진이랑 얼굴 많이 다르니?"
...
어린맘에도 나는 놀라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모른다.
사진속에는 정말이지 너무나도 예쁜 사람이..
- 동일인이라고는 절대 믿을 수 없는.. - 있었기 때문이다.
"음? 다쳐서 좀 다른곳도 있는데, 많이는 안달라."
"휴우.. 그치? 나 담주에 또 수술하는데 그럼 더 좋아질꺼래"
국민학교 아이는 흰거짓말을 모를꺼라고 생각했던걸까.
아니면 그렇게라도 안도하고 싶었던걸까.
그것이 그 언니에 대한 내 기억의 마지막이다.
* *
아무리 의학이 발전했대도 자신의 얼굴을 결코 되찾지는 못했을.
지금은 마흔이 넘어있을 그 언니는.
그 상처의 시간들을 어떻게 흘려보냈을까.
비는 추적오는데,
별안간 떠오른 17살 여자아이의 생채기가 왱왱 울림이 되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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