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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훌쩍떠나기

[제주도] 혼자 놀기(1) - 송악산

ㅇ 11/11~11/13 제주도 혼자놀기
 
지난 11월10일. 1박 2일의 모든 행사를 마치고 일행들은 서울로 떠났다. 그리고 나는 제주에 혼자 남았다.
출장이 확정되었던 10월말, 이미 계획했던 것이었다. 그래, 혼자 둘러봐야지.
밀도가 덜 빡빡한 곳에서, 번잡함과 소음의 절대량이 적은 곳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공기 좋은 곳에서
책도 보고, 드라이브하고, 산책하면서 머리를 식히고 싶었다. 정말이지 조.용.하.게.

그리하여 실천한 제주도 둘러보기. 아,, 역시 제주도는 짱이다.
(사진은 클릭해서 좀 더 크게 보세요)

오후 2시, 공항에서 렌트카를 받고 서귀포로 넘어가던 길. 내내 비오던 날씨도 급 개기 시작. 야호!!
 바그다드카페의 배경음악 마구 울려주고 싶은 그런 정경.


11월 11일 첫날 - 송악산, 절경 그 자체!
사실 첨엔 올레길을 걸어볼까? 싶었다. 그런데 구간마다 거리도 너무 길어 좀 부담스럽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바글할 것 같아서 패스! 그렇다고 당일 산행코스뿐인 한라산을 다녀 올 수도 없고... 해서 찾아낸 대안이었다. 송악산. 결과는 정말 대만족, 대대대만족이다! 와.. 제주도를 여러번 와봤지만 이곳은 정말 대박코스다!

▲ 이날 찍은 송악산 절경의 포토제닉! 바다를 옆에 두고 절벽길을 따라 걷는 전망대 코스! 사진에 보이는 곳은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본 전경이다. 절벽쪽으로 꼬물꼬물 울타리와 사람들이 보이는구나.


▲ 주차장이 따로 없고 길에다 주차를 하던데.. 이날 평일이래서 그랬을까? 길에서 본 입구. 벌써부터 막 가슴이 시원.

▲ 제주도 홀로 여행 기간 함께 한 K5 (혼자서는 좀 오바였다. 담엔 모닝을..)

▲  초입에서부터  말이 한가롭게 풀 뜯어 먹고 있는거야. 아우. 막 이국적이게스리!! ^^ 

▲ 아 진짜, 날씨가 죽음이었다니깐...

▲ 뒤 돌아 보면 또 막 이런 그림. (저 멀리 보이는 산은 산방산)

▲ 억새가 우거진 정상에 가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경사가 있다. 아쉽지만 등산스틱이 없어 포기.

 

▲ 이것이 송악산, 산등성이에 꼬물 보이는 것이 사람.
추가: 그런데 오늘 12/4일자 뉴스를 보니 자연훼손이 너무 심각하여 현재 입산 금지라고 함 (사람들이 무시하고 오르고 있어 문제라고)

▲ 대신 택한 전망대 코스는 더할나위 없는 경치
 

▲ 날씨가 너무 좋아, 전망대에서 저 멀리 가파도와 마라도까지 보인다. (앞에 있는 게 가파도, 저 뒤가 마라도)


▲ 이곳이 제주도임을 보여주는 식어버린 용암덩어리. 아...

▲  전망대 근처에는 이렇게 음료수, 간식 파는 가게와 쌩뚱맞지만 작은 횟집도 하나 있었다.

▲ 되돌아 갈때는 숲 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한 1~2주일만 빨리 왔으면 멋진 단풍을 볼 수 있었을텐데... 무지 아쉬웠다. 가을에 제주도 꼭 한번 다시 와보리라.

▲ 되돌아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 뉘엿. 산에 가려진 빛의 명암이 한 폭의 유화를 빚어내고 있다.

시련 - 숙직실 시트콤 그리고 호텔 찾아 삼만리
이렇게 송악산을 설렁설렁 남들보다 한 2배는 느린 속도로 산책을 완료하고, 미리 예약해둔 숙소로 이동.
여기까지는 아주 좋았는데 말이지.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 도착한 숙소는 회사 직원들이 이용하는 무료 숙소.
아는 분이 '조용하고 한적한 거 원한다고? 그럼 거기도 좋아. 아주 한적해'라는 말을 철썩같이 믿은게 화근이었다. 이름도 <OOO서귀포 휴양콘도>라니 시설 나쁘지 않을 것 같고, 게다가 혼자 잠만 잘건데 공짜라잖아! 아싸~! 땡떴다!! 했었더랬단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진정 한적하다. 고요... 정말 사람은 커녕 차도 잘 다니지 않는 지역의 2차선 도로옆에 덜렁 홀로 서 있는 2층짜리 직원용 숙소. 휴양과는 거리가 먼. 숙직실에 가까운. ㅠ.ㅠ

더 문제는 그 건물에 딸랑 혼자야!!!  주변엔 아무 것도 없는 그 깜깜한 적막에! 아무리 혼자 있고 싶대지만 이건 좀 너무 무섭잖아. 맘 놓고 홀로 여행하고 싶었던 거지 제주도에 당직하러 온게 아니라구여.. 엉엉.
그렇다구 이 밤에 금요일에! 다른 숙소를 찾아 나가는 것도 좀 성가시다.. 하구 정을 좀 줘볼까 하는데 뭔가 괜히 밖에서 부스럭 대는 것 같다. 거실 큰 문이 복도 쪽으로 나있는데 (아 난 이 스타일 젤 무서워) 뭔가 어른어른 하는 것도 같다. 하여.. 쓰레빠를 신은 채로 현관문을 빼꼼히 열고 복도로 나가본다. 문이 등뒤로 스르르 닫혀간다. 닫히고 있구나..를 인식하는 순간!!! 응??? 뭔가 찌릿!!! ??? !!!! 끄아아아아 안돼!!!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뛰어가 손잡이를 잡지만 "띠.리.리. 철컥" 닫히는 문. 그렇다. 현관의 문은 비밀번호를 입력 방식. 비번은 나의 핸드폰에. 나의 핸드폰은? 닫혀버린 저 방에. =.=
지갑과 가방과 모든 것들이 닫혀버린 저 방에!!! 내가 가진 것은? 신고 있는 쓰레빠와 손에 곱게 쥔 TV 리모콘.. 엉엉. OTL.

그러나 나의 총명함과 명석함으로 비밀번호를 곧 기억해내고는  손쉽게 다시 들어갔다.. 라고 진정 말하고 싶다. 현실은,, 무려 5대의 차들이 사람이 있으리라곤 생각되지 않는 도로에서 3선 짝퉁 아디다스 쓰레빠를 신고, 손에는 리모컨을 든 왠 머리 짧은 여자가 차들을 향해 손을 허우적대며 마치 '태워주세요!'라고 외치고 있는 듯한 모습을 관망하며 지나쳤고, 마지막 6번째 갤로퍼는 그 여자 앞에 차를 세웠다. 아 놔.. 혼자여행의 낭만과 간지는 개뿔 사라지는 순간. 
암튼 그 갤로퍼 부자 덕에 숙소관리자와 연결되어 다시금 방으로 들어갔고, 한치의 고민없이 짐을 싸서 나왔고, 한시간을 헤맸고, 밤 9시가 넘어서야 혼자 묵을 만한 비즈니스 호텔을 발견했다. 아. 정말 이때의 안도감이라니.
지금 생각하니 또 하나의 시트콤을 찍었구나. 웃음만. ㅋㅋㅋ

▲ 이날 나를 안도하게 했던, 작지만 쾌적하고 친절해서 더욱 반가웠던 호텔 - 작은 프랑스 호텔. 나홀로 여행객이라면 가격대비 추천. 위치는 천지연 관광지 근처, 이중섭 거리 코 앞.

ps. 홀로여행의 낭만과 간지에 치명상을 입고 경황없어 혼비백산했음에도 불구하고 갤로퍼 분에게 감사의 기프티콘을 하사 하시는 이 예의바른 센스는 잊지 않았다. 다시한번 감사!!

ps2. 역시 나이 먹을수록 여행의 가장 큰 관문은 숙박이구나.를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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