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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사색의시간

[소설] 슬픈예감 - 요시모토 바나나

by naebido 2007. 12. 17.
  ㅇ슬픈 예감
  ㅇ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ㅇ 민음사 / 2007.03 / 158p

  살짝 가을동화?
  솔직히 현실에선 보기 힘든 캐릭터들.
  과거의 일들을 몸으로 느끼는 특별한 6감을 가진 '야요이'.
그녀가 스무 해 동안 잊고 살았던, 자신의 과거에 '뭔가 있음'을 느끼고,
자신의 맘이 지향하는 대상들 - ('이모'로 알았으나 알고 보면 '언니'인 사람, 그리고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동생') - 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인정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찾는 이야기.
다행히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 야요이의 친부모 뿐 아니라 키워준 양부모, 고등학교 음악선생인 이모를 사랑하는 고삐리 - 모두 너무도 따뜻하게 그려져있다.

특히 '이모'라는 사람, 현실에서 내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으면 (청소도 안해, 귀찮은 건 무시, 말도 없이 끌리는 대로 해버리는.. 어찌보면 지극히 이기적인) 딱 싫어해줬을 타입의 그 이모가 이상하게도 읽어갈 수록 매력적이고 흥미롭다.
야요이와 그 동생의 러브스토리가 앞으로 닥칠 그 숱한 신파조는 여운으로 남긴 채 깔끔하게 마무리 되서 다행이다 싶었고, 이모 역시 자신만을 바라보며 들이대는 그 고삐리 남학생을 다시금 사랑으로 감싸 안을 것 같아서 다행이다.

7살 야요이가 가족나들이를 떠나면서 이것이 마지막 여행이 될 것임을 '슬픈 예감'으로 알았지만,
사랑이란 것은 슬픈 예감의 뒤에도, 둥그런 원처럼 언제나 끝나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임을..
공허의 치유 역시도 결국은 사랑뿐임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간만에 말랑말랑한 책을 읽으니, 내 맘 역시 살짝 소프트해지는 것 같다.

무서운 것, 싫은 것, 자신에게 상처를 입힐 만한 것을 외면하는 것이 이모의 방식이다.
나는 우산꽂이를 생각하고 있었다.. P113

(책 속의 이모가 '없었던 일로 처리하는' 방식을 말해주는 이 대목이 특히 여운에 남아서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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