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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유랑의 삶/NewYork뉴욕

[뉴욕] 31일의 금요일 - 짜증 콤보 3단

by naebido 2012. 9. 1.
40불 사건의 흥분이 가시지가 않아 MOMA를 가려던 원래의 계획도 포기. 뭔가 뇌에 즐거운 자극이 필요해!!를 외치며 미각 중추에서 답을 찾기로 하고 한인마트에 들렀다.

뉴욕에 와서 좀 골치 아픈거 한가지가 바로 밥먹기인데, 숙소 부엌이 영 부실해서 웬만하면 밖에서 사먹어야 하는 입장이다. 문제는 마땅하게 먹을 만한 음식을 찾기도 어렵거니와 (단거, 기름 많은거, 튀긴거, 뭐가 들어 갔을지 의심스러운 거.. 등등은 먹고 싶지 않아) 어찌 저찌 찾아 낸다고 해도 혼자 먹기엔 너무 양이 많다는거다. 그게 한식이든 뭐든 암튼 양이 너무 많다. 뭘 그렇게들 많이 먹는거냐!! (음식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데, 그건 나중에 한번 더 포스트. 여긴 정말 돈 없는 사람들은 쓰레기 같은 음식 쳐묵쳐묵 하다가 비만으로 쳐 죽어가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는 음식 일부를 덜어서 싸가면 되는데 이누무 숙소에 꼴랑 있는 공용냉장고는 그마저도 자리 잡기가 하늘에 별따기라 그것도 마땅치가 않다. 그래서 늘 음식을 남기면서 다니거나!! 종종 델리를 이용하는데 종이 박스에 이것 저것 담으면 섞여버려서 그 모양새가 아주 딱 먹기 싫어진다. --; 그렇게 어찌저찌 한 2주를 보내고 나니 밥과 김치는 의외로 안먹어도 살만한데 다양한 맛의 반찬을 늘어 놓고 식탁에서 좀 제대로!! 먹고 싶은 갈망이 생긴다.

오늘이 바로 그 갈망의 절정이었던거다.
그리하여, 결심했다. 콧구멍 같은 방의 책상위를 싹.. 정리한 후 식사를 하리라.
뭐 소기의 목적은 거두었으나 그게 참.. 거시기하다.

ㅇ 짜증2탄 - 스팸, 제자리에 있어주면 안되겠니.

▲ 32st에 있는 한인타운. 그 한가운데에 있는 한아름마트. 김치, 라면, 햇반, 반찬까지! 정말 없는 게 없다.


▲ 단맛이 필요해서 선택한 소박한 렛츠비. 장본 후 버스 기다리면서 설탕물 벌컥 벌컥. 

식사 한 후라서 모양이 예쁘지는 않지만, 내가 선택한 오늘의 반찬. 오이지무침 + 계란말이
햇반 3개 + 저 반찬 2개 + 렛츠비1개 샀는데 10불 좀 넘는다. 저 반찬이면 두끼는 충분히 먹으니까 밖에서 사먹는 것 보다 훨씬 싸게 먹힌다는 계산이 나온다. 숙소가 제대로라면 도시락 싸가지고 다녀도 충분할텐데. 아쉽구만.
 

▲ 아, 드디어 머라도 늘어 놓고 먹는 식사 직전의 순간!! 흥분된 마음으로  한 장. 이런걸 사진으로 찍게 될 줄이야!! 왼쪽에는 김도 있음. ㅋㅋ 나의 소박한 위는 한번에 햇반 1개를 다 못먹는다. 그러니 미국 식당에서 주는 음식들을 얼마나 남기고 다니는지 상상 해보시라. 미안하다 음식들아.

자, 기대하시라. 저 스팸 2개가 보이는가?
한국에서 정민이 1인용 코펠을 빌려 왔는데 후라이팬 기능이 완벽한 건 아니라서 구우면 자꾸 붙고 타고 한다. 한번 구우면 다시 뭘 굽기 어렵기도 하지만, 너무 새까맣게 되면 미안하니까, 한번에 2개의 스팸을 굽고 -> 설겆이 하고 -> 또 2개 굽고 -> 설겆이 하고 ... 마치 방망이 깎는 노인의 심정으로 그렇게 한개 한개 구워 낸 소중한 스팸인 것이다. 근데 왜 2개 밖에 없을까??

제기랄!!! 아 진짜 이 타임에 맨붕 될 뻔 했다. 숙소가 너무 작아!!!  저 3칸의 폭이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데 (책상과 침대 사이의 폭이 저러함) 책상 모서리에 올려 두고 살짝 몸 돌려 뭐 꺼낸다는게 저지경이 됬다. 1개는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5개가 저지경. 그래서 남은건 꼴랑 2개. 아... 진짜!!! 옆에 방 벽 부시고 트고 싶었다. 
암튼 2개 남은 스팸 아주 아껴가며 다람쥐가 갉아먹듯 먹었다. 맛있게. 
참, 여전히 슬리퍼는 못 구해서 저 대한항공 기내용 슬리퍼로 버티고 있다는... --;

ㅇ 짜증3탄 - 여기 안전한 부자동네래매.
 

그렇게 나름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나니, MOMA를 다시 가볼까? 싶은 맘도 들었으나 시간이 너무 늦었길래 그냥 동네 자전거나 한바퀴 타고 오늘을 마무리 하기로 결정.

▲ 오호.. 역시 나오니 좋구나. 강바람 맞으면서 책 보는 사람들. 혹은 냅따 또 뛰는 사람들.

▲ 허드슨 강. 지는 해를 바라보는 건 늘 봐도 볼만하다. 뭔가 서정적이라고나 할까...
저쪽이 맨하튼 처럼 온갖 건물들로 꽉 들어차면 이런 느낌과는 또 다르겠지.  

▲  바람 맞은 따귀머리로 좋댄다... 이때까지 좋았는데...

▲ 응?? 뭔가 허전하다 했다. http://www.naebido.com/1588 처음 가져왔을 때의 사진과 비교해보시라.
다른걸 발견했는가??? 그렇다. 누가 라이트 떼갔다. ㅜ.ㅜ 사진 찾아 보니 이것도 한 몇 일 된 것 같다.
아니, 이동네 완전 부자고 뭐 안전하고 그렇대매... 한국에선 거리에 세울 때 라이트랑 속도계 떼서 보관하는 나인지라, 1탄과 마찬가지로 대체 왜 이런 실수를 하고 있는거지?에 대해 한참을 또 정신 나가서 방황.

아,, 정말 어이없다고나 할까, 화딱지가 난다고나 할까 .. 뭔가 실실 웃음이 나오는 것도 같으면서 배가 꼬물꼬물하면서도 머리통을 한대 휘갈기고도 싶은 복잡 미묘한 이 마음. 자중하면서 밀린 블로그질이나 하자. 그런데 오늘 갑자기 또 왜 이렇게 더운거냐. 방에 에어컨도 없다니깐. 인터넷도 안된다구. 나 1층 로비에서 이러구 있다니깐. 나 한국 언제간다구? 응?

2012/09/01 - [뉴욕뉴욕] - [뉴욕] 40불,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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