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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유랑의 삶/NewYork뉴욕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앞, 총기사고 발생

by naebido 2012. 8. 26.

그렇다, 이곳은 미국인게다.

귀 밑 임파선이 너무 크게 붓고 아파서 깼다. 우.. 진짜 이렇게 부은 건 처음있는 일. 그냥 하루 쉴까도 싶었으나 입을 못 벌릴 지경이라 걱정도 되고 아무래도 한인타운에 있는 병원이라도 가야할 것 같아서 숙소를 나섰다.  TV가 있었으면 그냥 집에 있었을지도. 그렇게 아무것도 모른 채 10시 20분 M5 버스를 타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향했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유독, 미친듯이 막히는거다. 러쉬아워를 한참 지났는데도 어찌 이렇게 막힐까? 싶었다.

급기야 버스는 원래 노선인 5th AVE로 가다 말고 갑자기 우회전, 그렇게 몇 블록  더 가더니 7th AV쪽으로 좌회전을 한다.
(뭐 굳이 예를 들자면 강남대로를 지나 양재역으로 가야하는데, 갑자기 강남역 사거리에서 교대역 방향으로 우회전 하더니 진흥아파트 사거리에서 서초 구청 방향으로 좌회전 하는 꼴이랄까?)

좀 이상하다 싶어서, '오.. 이것들 봐라. 금요일엔 노선을 바꾸어서 운영하는거니? 아님 미친듯이 막히면 너네 돌아가는 루트가 따로 있는거니?' 를 영어로 함 물어봐야겠군. 에이.. 근데 돌아가다가 영어로 머야 @.@ 머 이런 생각이나 하면서 보통 30분이면 갈 곳을 1시간이 훌쩍 넘어서야 버스에서 내렸다. 5번가 엠파이어 코앞에서 내리면 되는 걸 이렇게 걸어가게 하다니, 거 참 귀찮다.. 담부터 금요일엔 전철을 타야겠다... 터덜터덜 걷는데, 34st 도착하니 먼가 사람이 바글 바글한거다.  

나중에 알게 된거지만, 아침 9시경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만나는 골목에서 일어난 총기사건으로 범인을 포함 2명이 죽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단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폴리스라인을 치고 현장을 막고 있던거고.. 그 현장은 내가 매일 같이 다니는 거리. 영화로 보거나 뉴스로 들을 땐 몰랐는데 막상 이렇게 현장을 마주하자 뭔가 쭈뼛, 공포심이 든다.
첫날 오피스매니저가, 카페를 가든 식당에 가든, 무의식적으로 내 주변을 늘 의식하고 있으라더니, 뭔소린지 확실하게 알겠다.
뉴스를 찾아보니 - 정말 상상도 못했다!! - 얘네는 그 피바다가 된 거리며, 시체며.. 사진을 고스란히 보여주더만!! 와 왜그러는거야.. ㅜ.ㅜ. 사건 종료 후 피바다가 된 거리를 청소하고 소독해야 한다는 것도 뉴스 사진 때문에 알게 됬고.. 아, 정말 보고 싶지않았는데. 모르는게 나을뻔 했는데.

나와 같이 오후 클래스를 듣는 학생 중에는 뉴스를 보고 아예 안 온 사람들도 있고 (약 50%만 출석), 오전 클래스 사람들 중 일부는 사건 현장 시체 덮어둔거를 보고는 울고 난리였다고 하니, 그 정신적 충격이 상당할 것 같다.

나역시도 이런 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겪는 종류의 공포다. 
알지도 못하는 타인으로부터 총 맞고 죽을 수 있다는 것. 그런 공간에 서 있음을 체감해버렸다는 건 막연하게 두려워하는 것과는 또 다른 종류다. 폭탄이 떨어지는 전쟁통 지역에서도 그것이 일상이 되면 마치 남의 일처럼 여겨지면서 하루 하루의 각각의 평상심을 이어간다던데, 이곳도 그렇게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금 뉴욕스럽게 돌아 가기 시작.
하지만 매일 매일 그거리를 걸어야 하는 나의 경우는 - (게다가 안전 민감증형인!) - 집나간 평상심을 되찾아 오려면 며칠 더 걸릴 것 같다. 



























▲ 쫙 깔린 방송장비들, 난 첨에 정말 영화촬영하나보다 했다. CF를 찍거나, 혹시 싸이의 강남스타일 플래시몹이려나??
뭐 그런 생각도 하면서.. 이때만해도 뭔가 호기심으로 인한 즐거운 호르몬이 살살.. 

▲ 건널목 건너서 엠파이어 빌딩 블록에 오니, 폴리스라인이 쳐있고 사람들이 웅성웅성,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

▲ 가까이 가니, 아 정말 NYPD 출동!! 이때부터는 공포를 느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콸콸.. 
양복입고 있는 높은 분처럼 보이는 아저씨가 있길래 '나 엠파이어에 들어 가야하는데 어떡하니?'하니, 3시30분에 도로는 다시 열릴꺼고, 너는 한블럭 돌아가라고 한다. (이 사진에서 쭉 직진하면 오른편으로 엠파이어 현관문이 있는 거임. 저 앞에 봉고차 세워둔 곳쯤?)
 

▲ 한블럭 뒤인 33st. 꽥!! 더 무서워! 왼쪽에 공사하는 것 처럼 보이는 거리가 엠파이어 옆문(?) 쯤 되는 곳으로 이곳 역시 늘 이용하는 거리다. 한블록 더 오른쪽에는 32st으로 한인타운이 있다.

 ▲ 아, 어쨋거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사진 한 장


한국은 성폭행에 살인으로 난리부르스고, 미국은 총질로 난리부르스고 (실제로 할렘은 이 사고 있기 전날도 2명이 총질해서 사망. 그곳은 그것이 일상이라 새롭지 않다고. 그런데 이번 사건은 장소가 장소이다보니 미국 현지에서도 아주 크게 다룸) 아무런 두려움없이 거리를 활보하는 일상의 안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안전민감증 항목에 아주 궁극의 리스트가 추가 되는구나.
아... 벌써부터 집이 그리우면 안되는데. 쫌 그리움. ㅜ.ㅜ

ps. 임파선은 오후가 되면서 조금씩 수그러지는듯해서 가져간 감기 종합약을 먹고 지내보고 있다.
건조한탓인지 인후염이 깔끔하게 낫지가 않는다. 몸살이 올 것 같아서 주말엔 약 챙겨먹고 근처 산책이나 하면서 좀 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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