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유랑의 삶/NewYork뉴욕

[뉴욕] 숙소 - Upper West 동네의 Brandon Residence

by naebido 2012. 8. 22.



지금 묵고 있는 숙소는 Brandon Residence for Women이라는 곳으로 맨하튼의 북서쪽 Upper West Side라는 동네에 위치하고 있다. 도착한 날엔 거의 수녀원 같은 방에 실망을 금할 수가 없었는데, 다음날 하루종일 도시를 헤매고 나니 맘이 완전 바뀌었다. 숙소는 문제가 아닌거였다. 이 동네, 정말이지 내가 서울에서 그토록 찾던 동네였던거다. 

몇 일 있어보니 일단 깨끗하고 조용하고 쾌적하다. 왼쪽으로는 허드슨강과 면해 있는 Riverside Park가 있고 몇 블록 떨어진 오른쪽으로는 Central Park가 있다. 
86번가에 있는 지하철 1호선, 2호선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고 버스도 M104, M5, M7, M11 등을 이용해서 시내로 나가고 들어오고도 꽤나 편리하다. 한마디로 조용하고, 깨끗하고, 교통 좋고, 공원가깝고... 주거하기에 나무랄데 없는 동네. 애기 유모차에 싣고 유유자적인 백인 가족이 많이 보이는 이유였던거다. 알고 보니 이 동네 부자동네. 센트럴파크를 바로 앞 마당으로 두고 있는 다코타 아파트(존레논과 오노요코가 살았던)도 바로 이 어퍼웨스트사이드 동네에 있다.

 

 

▲ 지리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친절한 도식안내. (나 시간이 아주 많아) 암튼 저 센트럴파크의 사이즈를 보라!!

암튼, 숙소이야기로 다시 돌아와서.
뉴욕의 건물들이 무척 낡았음을 모른채 내가 머물게 된 방을 처음 본 날은, 아 놔.. 이 뭥미였다.
지금이야 선선해졌지만 그날은 또 유독 더웠단말이지. (불과 3일전이라니!)
에어컨없는 작은 방, 공용욕실, 공용부엌. 몇년 전 독일에서의 경험이 아니었다면 몇 일 더 심난했을껀데 금방 적응되더라구. (예지야 고맙다.)
머무는 사람들은 다들 젊은 학생들만 있을 것 같았는데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며 할머니가 꽤 많다. 여기 사시는건가?
뭐 서로 말들을 안하니 물어볼 수도 없고. 시크한 기숙사다.

 

▲ 멀쩡하게 생긴 Residence 건물. 건물 바깥으로 간판이 없어 얘네는.

▲ 느낌이 범상치 않았던 복도. 저 문들을 보라. 정말 낡았...

 

 

▲ 아무 쐬고챙이로 쑤시면 열릴 것만 같은 방문을 열쇠로 열자 살포시 수줍은 모습을 드러내는 나의 방. 이게 다다!!! 수줍어 수줍어! (침대 반대편으로 붙박이 비슷한 옷장이 하나 있다)

 

▲ 날 제일 심난하게 했던 건 바로 이거! 에어컨이 없는거야 그렇다치고. 아니 저 팬이 왜 하필이면 침대 위에 바로 달려있는거냐구여... 엉엉. 결국 차마 못 틀고 땀 찔찔 흘리면서 잤다. 다행히 지금은 팬을 틀지 않아도 될 만큼 선선해졌지만, 그럼에도 잘 때는 최대한 팬을 피해서 벽쪽으로 붙어서 자고 있음. 아주 살기 피곤하다.

▲ 공용부엌. 냉장고엔 다른 사람의 음식으로 꽉 차있어서 가져간 김만 간신히 넣어 뒀다.
나무젓가락과 수세미가 필요하다. (왜 안챙겼을까?) 

 

▲ 지하 1층에 있는 식당. 내 카메라 상줘야 한다. 진짜. 이것보다 훨씬 우울한 분위기다. 
저 식판을 들고 주방쪽으로 가서 조식을 받는데, 배급하는 벽 쪽으로 진짜 쥐만한 바퀴가 지나간다. 난생 처음 보는 사이즈에 깜놀해서 어어~~하고 있자니 요리사님이 마치 자기가 키우는 장수하늘소나 되는 듯 손으로 쓰윽 잡는다. 
저 식판 받아오고 나서 사과만 먹었다.  (바퀴때문에 비위가 상하기도 했지만 베이컨은 무슨 나무막대기 수준.)

 

▲ 1층에 있는 로비. 진짜 근사해 보인다. 역시 내 카메라 상줘야 한다.
나를 실망시킨 또하나의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이 곳에서만 WIFI가 된다는 것! 방에서는 인터넷이 안되서 참 답답했는데, 이젠 바깥에 나갔다가 들어오면 체력 방전된 몸을 저 소파에 철퍼덕 던져두고 메일, 페북을 확인하는 필수 동선 코스.
 왼쪽 창문 앞에 있는 책상은 블로그질 할 때 사용하는 나의 단골 장소다. 시차적응이 안된건지, 몸이 피곤한건지 매일 저녁 7시면 잠에 빠졌다가 새벽에 기상하는 모드가 계속되고 있다. 새벽에 깨면 노트북 들고 저 책상 앞으로. 

그럼에도, 어느새 서서히 나의 일상이 되어 가고 있는 이 숙소. 은근히 정이 가고 있다.
다음주면 자전거가 생길테니 더욱 많은 추억을 만들어 가보겠음. 

 

▲ 기숙사 문을 열고 오른쪽 방향으로 2블럭, 그리고 왼쪽으로 한블럭을 가서 지하철, 버스를 탄다.  

 

▲ 숙소로 돌아올 땐 늘 들르는 수퍼마켓. 한블럭 떨어져있는데 주로 물이랑 다 썰어져서 먹기 좋게 포장된 과일을 산다.
고기를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신선한 야채에 대한 갈망이 많은편인데 지척에 이런 수퍼가 있으니 참 다행이다.

 

이미 익숙해져버린 것들이 너무나 많아져버린 나이에 이국 땅에서 지내자니, 참 이것 저것 불편한게 한 두개가 아니지만 캠핑 왔다 생각하고 잘 즐기고 가야지. 
인생도 이렇게 캠핑하듯 잠시 여행하는 기분으로 살다 가는 걸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