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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유랑의 삶/유럽

[스위스-루체른] #1 - 필라투스 산 (쪽팔림의 2단 콤보 수난기)

by naebido 2011. 12. 28.



ㅇ 2008. 09.11~09.21 (독일 프라이부르크 / 하루, 스위스 루체른 방문)
아,, 3년 전 밀린 여행기 쓰려니까 여정에 대한 기억이 가물 가물하다.
이때 분명히 가져간 수첩이 있는데, 그것도 못 찾겠고, 매번 여행을 다녀오면 경비를 엑셀로 꼼꼼하게 정리해 두는데 그 엑셀도 찾을 수가 없단 말이지. OTL
사정이 그렇다보니 이건 뭐 '어디에 갔었다. 뭘 먹었다. 참 즐거웠다' 초등학교 일기 수준이 되고 있는데, 그나마 루체른 필라투스에서는 특별한 경험이! ㅋㅋ 사진 보면서 다시 떠올리니 재밌네. 혼자 킥킥대고 있음.

* *
유유자적 프라이부르크에서 몇 일 게으름피면서 놀다보니, 9월18일 하루는 좀 움직여 볼까? 맘이 동했다.
몇 개 추천 후보 중 하나가 루체른. '루체른? 오.. 어디선가 본 것 같애. 그 크레파스처럼 생긴 다리 있는 곳!! 좋아좋아!' 하여 루체른에 가보기로 결정. 목적지는 필라투스라는 해발 2,120미터의 산.

 

▲ 프라이부르크는 독일 남서부 끝이라 프랑스, 스위스랑 붙어있다. 머무는 동안 유일하게 다녀온 곳이, 그래서 프랑스의 꼴마와 스위스 루체른.

아직까지 파리를 못 가봤는데, 지도를 보고 있자니 아휴, 많이 가깝네. 에너지를 내서 좀 가볼껄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근데 그때는 마치 그 동네 살듯 그냥 쉬고 싶었으니까... 그땐 그랬지~ ♬
 

 

▲ 역시나 기차로 이동. 2층짜리는 첨 타 봐서 또 휘둥그레...
기차 티켓은 역에서 KIOSK로 끊었는데, 독일 말을 한개도 몰라 예지가 대신 해 줬다. 뭔 티켓이 한 뭉탱이가 나온다. 스위스 바젤인가에서 갈아타라는데, 플랫폼도 많고 기차도 많고.. 우. 막 조마조마 괜히 심장 콩닥콩닥하고 그렇더라구. 해외에서 처음으로 혼자 돌아 댕겨보는거라 그랬던 것 같다. 게다가 말도 한개도 안 통하니! 정말 유럽에 배낭하나 짊어지고 혼자 다니는 사람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서른 훌쩍 넘어서 콩닥거리는 것 보다는, 20대에 해 보는 것이 여러모로 바람직하겠다는 결론.

▲ 어찌 저찌 루체른 무사 도착.

 

▲ 시내 구경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일단 관광정보센터에 가서 필라투스 Tour 패키지 구입.
골든라운드트립인가 머시깽이였던 것 같은데, 루체른에서 필라투스로 가는 기차 + 필라투스 올라가는 열차 + 하산 케이블카 + 돌아오는 버스 묶음 상품이다. 사진보니 71.7 스위스 프랑. 오.. 비싸다. 
한참 전에 예약을 하거나, 유레일 패스 같은 걸 사용해야 싸게 다니는데, 난 당일에 구입해서 다니자니 쌩돈 모두 준거.
유럽 경제에 알뜰하게 이바지하고 왔거늘, 요새 그들의 경제는 왜 그 모양인거야 대체.  --a

 

 

▲ 도착! 필라투스가 있는 Alphachstad. 아.. 굴욕의 이 역을 어찌 잊을쏘냐!ㅋㅋ
도착했대서 '문 열리겠지' 하고 문 앞에 서 있는데 아 놔,, 기달려도 문이 안열리는거야. 내리는 사람은 왜 또 아무도 없는거냐구. 뭔가 기차는 곧 떠날 분위기고 똥 마려운 강아지 마냥 문 앞에서 창문 밖을 내다보며 기웃 기웃 하고 있으려니 앞에서 졸던 여자가 힐끔 눈을 뜬다. 이때다! '뭔가 나 쫌 당황하고 있어. 도와줘야 하지 않겠니?' 하는 무언의 눈 빛 마구 발사!! 오호 성공. '너 내릴꺼야?'한다. '응' 하니까 문 옆에 있는 똥그란 버튼을 쿡. 누른다.. 응? 스르륵 열리는 문. 아 놔!! 아 쪽팔려! 쪽팔려!!! 아 자세 안나와 안나와! (나도 그거 눌러볼까 했었다구!!) 어쨋든 '쌩유 소 머치' 쿨하게 날려주시고 하차. ㅠ.ㅠ 아..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혹시나 유럽 대륙에서 고아 될세라, 가뜩이나 긴장 가득 모드인데, 이 버튼사건은 하차 후에도 나를 쪽팔림의 수렁에 서 건져내지 못하고 허우적 거리며 정신을 잃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 내가 내린 플랫폼 건너편으로 필라투스 열차 출발 하는 곳이 보인다. 오~ 저 빨간열차를 보라구!! 아, 흥분되 흥분!

플랫폼에 내리고 나니.. 응?? 저 쪽 길건너로 가야하는데 계단이 안보이는거다. 기차 건널목이 있으려나? 기웃거려봐도 안보인다. 이 뭥미. 아 놔. 반대편으로 어떻게 건너가는 거냐구!!! 하필 이럴때 또 내린 사람은 오직 나 하나뿐.
'이게 뭘까? 혹시 신호등이 있어서 기차 선로를 그냥 건너가는건가??' 싶어 조심스레 플랫폼 끝단으로 걸어간다. 그때 들리는 "뿌아아앙!" 흠. 뭐냐. 무시하고 다시 한번 생각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선로를 건너가라구? 에이, 설마... ... 응? 몇 번을 망설이다 선로 쪽으로 고개를 디밀고 살포시 내려다 보는데.. 갑자기 "왕뿌아아아앙!!!!!" 잉?? 뭐지?? 완전 깜놀해서 두리번대니 저 뒤쪽 반대 편에 정차해 있는 기차 아저씨가 경적을 울린거다. 완전 짜증이 섞인 "왕뿌아아아앙!" 그것만으로도 뭔가 쫌 기분이 나쁜데, 그것 가지고는 성이 안차는지 유리문 밖으로 목을 빼고 날려 주시는 말씀. "아 유 크레이지이이이이!!" 아.. 이 뭥미. 이 무슨. 한국 사람도 아닌 외국 사람한테 고함으로 욕 먹는게 첨이라 당황했지만. 왠지 '바보라서 이러는게 아님'을 알리고 싶어 당당하게 나도 외쳤다. "웨에에에에어??!!!" (물론 어깨도 으쓱해주면서! 흥!)

그러나... 에이. 그러지 말껄... 패자는 나였다. ☞.☜


▲ 아 왜 지하로 가는거냐구요!! 이거 왜 내 눈에 안 보였냐고요!!! 엉엉. 아 너무 쪽팔려서 그 기관사 아저씨가 운전하는 기차 떠날 때까지 이 지하에 숨어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음.   

 

▲ 쪽팔림 2단 콤보로 정신이 혼미해진 나. 커피 한잔을 시켜 맘을 좀 달랜다. (제정신으로 리부팅까지 시간 좀 걸렸음)

▲ 자, 이제부터 다시 관광객 모드! 흐흐.
저 뒤로 보이는 빨간 기차는 세계에서 경사도가 젤 심한 산악 열차. 경사도가 무려 48도! 아우 신나 신나.

 

 

 ▲ 탑승하러 가니 경사가 얼마나 심한지 기차칸이 아예 계단식으로 되어있다. 오우. 진짜 신기

 ▲ 끄아 경사 대박! 이 기차는 꼭 타 봐야 한다. 올라가면서 보이는 경치가 진짜 대단하다.

▲ 한참 올라 왔다 싶었는데, 갑자기 창 옆으로 펼쳐지는 설산들의 풍경!! 우어어어.. 저 옆면의 경사도를 좀 보라구.

▲ 뒤로 돌아보니 이런 풍경. 와.. 이 높은 곳에서도 양을 키우는구나. 아우 저 뒤에 보이는 설산들 좀 보라.

▲ 해발 2,120m의 산을 산악열차로 단숨에 오르다니. 색다른 경험이다. 에베레스트까지 산악열차, 좀 안되겠니? :)

▲ 정상 전망대 도착. 전망대와 레스토랑이 있고 필라투스 산 정상까지 걸어 가는 다양한 등산로가 있다. 시간 관계상 여유있게 산책을 하지 못한게 참 아쉽다.

 

 

 

▲  전망대 레스토랑 반대편의 전경. 암벽으로 이뤄진 산.

▲ 숙박시설도 있다. 1박에 얼마나 하려나. 설산이 석양에 물드는 모습과 일출! 여기서 묵어도 참 멋진 추억일듯!

 

▲ 5분~40분 등 다양한 산책/등산로가 있다. 시간이 없으므로 난 가장 간단 코스 선택.
의자에 앉아 일광욕 하시는 분들도 있고,, 아래 저 긴 스위스 전통 악기 부시던 할아버지는 꼭 KFC 할아버지 생기셨다. 나랑 사진도 함께 찍었음. ^^


▲ 와.. 내가 찍었지만, 한장의 엽서!! 내려가는 산악 열차의 경사를 보라. 저 멀리 지그재그로 보이는 게 선로 길.
이날 DSLR을 가져가지 않은걸 많이 후회했다. 정말 멋진 풍경들. 지금와서 다른 글들도 보니, 이날의 날씨는 아주 좋았던 거더라구. (급격한 안개가 많이 끼는 모양)

 

 

▲ 계단을 좀 올라와서 내려다 본 전망 레스토랑쪽 풍경.

▲ 반대쪽으로는 이렇게 초원이 내려다 보이고

▲ 아우 아무리 봐도 이쪽 넘 멋짐.

▲ 넘 멋져서 배경에 두고 나도 한장. (혼자 셀카 찍겠다고 설쳐대는게 안되보였는지 외국인 아저씨가 찍어줌 ㅋㅋ)
(아, 프라이부르크에서 새로 장만한 저 신상 점퍼없었으면 정말 얼어 죽을뻔했음! 아주 유용했어~)

▲ 정상에서 더 머무르고 싶었으나, 5시 기차를 타야하므로 아쉽지만 하산. 하산은 케이블카로.

 

▲ 중간에 한번 내려서 작은 케이블카로 갈아탄다. 정차하던 이곳에도 호텔이 있었는데, 정말 그럴듯하게 보였다.

 

▲ 갈아탄 작은 케이블카. 정말 빽빽한 침엽수림 위로 생각보다 참 오래 내려갔다. 정상에서부터 한 30분은 족히 걸린듯.

 

▲ 어느덧, 주택들이 보이기 시작. 초록을 바탕으로 올망 졸망. 아웅 그야말로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들'
딱 내 스탈이야!

 

▲ 한국 사람들이 이 곳에 많이 오나?? 내려오니 한식당이 보인다. 음식은 땡기지 않았으나 한글은 참 반갑더라.
(근데 여기 라면 한개에 2만원이던가?? 암튼 가격 넘 비싸서 놀랐던 기억이...)

 


 


이렇게하여 우여곡절 살짝 있었던 필라투스 산 관광을 무사히 완료. 뿌듯하구나!! ^^
표지판이 잘 되어 있어서 버스타는 곳까지 찾아가기는 아주 쉬웠는데 문제는 내려오니 오후 3시가 넘었다는 것. 
돌아가는 기차가 오후 5시쯤이었는데, 그걸 바꿀 생각은 왜 못했을까? 암튼 서둘러 루체른 시내를 둘러봐야 한다는 압박감이 몰려왔다. 사실 목적은 필라투스였으므로 볼 건 다 본건데,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까... 하는 생각이 난거지.

루체른은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to be continued.
 
2011/12/29 - [여행 - 세상구경/유럽] - [스위스-루체른] #2 - 루체른 구시가지 흘깃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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