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단 한번
ㅇ 장영희
ㅇ 샘터사, p228, 2000. 12월


한번도 만난적 없는 분이지만,
더이상 이 세상에 안 계신 분이라는 사실에 눈물이 핑돈다.


이 분을 처음 알게 된건 2006년 문학의 숲을 거닐다 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그 편안함과 시선이 담백해서 인상이 깊었다.
책이 출판된 2005년에도 암으로 투병중이라는 얘기를 듣고 진정 쾌차하기를 빌었었다. 그리고 까마득 잊고 있다가, 작년 5월 한 인터넷 뉴스에서 이분의 부고를 보았다. 만난적 없는 분이지만 왠지 아는 분이 돌아가신 것만 같은 느낌.
그리고 문득 이젠 유작이 되어버린 그 분의 나머지 책들도 찾아 읽고 싶어졌다.

1952년생. 장왕록 박사의 딸, 서강대 영문과 71학번.
1살 때 걸린 소아마비로 평생 목발에 의지해야 했던 삶. 수 차례 수술.
소아마비는 받지 않겠다는 매정한 한국 교육의 실정. 결국 도미. 영문학 박사. 서강대 교수 부임.
그리고 2001년 유방암. 전투에 이겼으나 2004년 척추암. 병마 중에도 잡지에 기고를 하고, 책을 내고 강단에서 젊은이들을 가르치던 그 열정에도 불구하고 2008년 다시 간암으로. 그리고 끝내.. 2009년 사망.

이 책이 쓰여진 게 2000년이니까, 아직 당신의 몸 속에 암세포가 자라고 있음을 모르고 계실 때였겠구나.. 생각하니 더 마음이 안좋다. 아니 굳이 암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질곡의 나날이고 힘겨움의 날들이었을텐데... 에혀.
그럼에도 결코 시니컬하지않은 긍정과 희망의 그 강건함.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소한 일상의 기록에서 세상과 삶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묻어있다.
그래서 안타깝다.

에피소드 중에서도 목발을 잃어버리는 꿈은 나도 종종 비슷한 꿈을 꾸는터라 흥미로웠다.
아마도 물리적으로 불편함을 지닌 사람들의 공통된 심리상태에 기인하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 어쩌면 휠체어 장애인은 휠체어를 도둑 맞는 꿈을 꿀지도 모를일이다. :)
또 그녀가 한국에서 박사과정은 진학할 수 없어 미국에서 공부하던 1979년은 그렇게 냉랭하고 차가운 시선들이었겠구나 생각하니 아직 국민학교도 안 들어간 둘째 딸, 얘를 어떻게 교육시키고 키워야 할까. 참 마음 졸였을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그러고보니 8살 때인가 엄마가 내게 여자 바둑 기사를 시켜야겠다고 말씀 하시던 게 기억난다. (바둑은 앉아서 두니까. ㅋㅋ. 딸내미의 두뇌능력은 고려하지 않으셨나보다. ㅎㅎ)

암튼 글 속의 활자들은 바로 곁에서 읽어주는 것만 같은데 이제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니,,
희망과 긍정의 활자는 왠지 더 애잔하기만해서 내 이모라도 되는 것처럼 순간 순간 울컥 울컥 해진다.
늦게나마 고인의 명복을. 그리고 목발도 고통도 없이 행복하시기를.

Posted by naebi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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